1. 연구의 필요성
재난은 자연현상, 사고, 국가 기반 체계의 마비,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1]. 2017년 발생한 산불, 호우, 지진 등 16건의 자연재해와 화재, 산불 등 16건의 사회재난으로 인해 165명의 인명 피해와 2,965억 원의 재산 피해를 포함해서 막대한 손실이 초래되었다[2]. 또한 재난 피해자의 약 60%는 재난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 고혈압, 소화기계 질환 등을 진단받았고, 30%는 재난 발생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증상, 우울, 불안, 불면증과 식욕 감퇴 등을 호소하고 있고, 재난 이전보다 건강 수준도 현저히 나빠졌다[3]. 이러한 직접적 피해 외에 재난 이후 복구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 지역사회 불신 및 사회적 자본의 붕괴 등 이차적, 사회적 피해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4], 재난 대응은 피해자를 포함해 지역사회 전반에 대한 다각적인 중재가 필요한 공중보건 이슈이다.
정부는 재난 발생 시 임시 주거 시설과 생활필수품 제공, 의료서비스 제공, 감염병 예방 및 방역 활동, 장례 및 심리 회복 등을 지원하고 있다[5]. 2017년 전국 15개소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통해 총 8,644명의 재난 피해자에게 재난 심리지원을 하였고[3], 사후 관리가 필요한 재난 피해자에 대해 보건소,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 트라우마 센터 등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4].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를 받는다고 해도, 일부 지진 피해자들의 경우 23년이 경과한 시점까지도 불안(28.9%), 우울(26.4%), PTSD (13.0%)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6] 점은 재난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자가관리, 일상생활 수행, 삶의 질에 장기적,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와 국제간호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Nurses)는 간호사들에게 재난 발생 이전부터 복구 단계까지 개인과 지역사회의 건강 문제를 파악하여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즉각적인 간호 제공을 통해 대상자의 생명을 구하고, 추가적인 지역사회 요구에 대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7]. 이와 같이 지역사회 재난 피해자에 대한 건강 요구 사정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재난 피해자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로는 터키 지진 피해자들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이 지진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8], 절반 이상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의 삶의 질이 재난 발생 2년 후 에도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9] 보고되고 있다. 재난 피해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는 건강상태, PTSD, 우울, 회복 탄력성(Resilience),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등이 있다[10, 11]. 이밖에도 재난 피해자 중에서도 소득수준이 높고, 연령이 낮고, 배우자가 있고, 재난의 피해 규모가 작고, 건강상태가 좋거나 질환이 없는 경우 삶의 질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12], 인구 사회학적 특성 및 재난의 요인도 삶의 질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난피해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로 PTSD와 우울이 있는데, PTSD는 생명을 위협하는 트라우마에 노출된 후, 공포, 두려움, 무기력 등을 느끼는 복합적인 불안 장애로[13], 재난 발생 직후 7%의 대상자에게 발생하여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증상이 점점 없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수년이 지나도 지속되기도 했다[14]. 우울은 슬픔, 흥미 없음, 수면과 체중의 변화를 동반하는 증상으로, 허리케인 발생 시 텍사스 인구의 5%[15], 세계무역기구 테러 발생 1개월 후 뉴욕시민 10명당 1명으로 보고되었다[16]. 재난 피해자의 PTSD와 우울에 대한 발생률은 재난의 유형, 기존 증상 유무, 측정 방법, 표집 방법, 재난 노출 정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재난 피해자의 적응을 돕는 중요한 요인으로는 회복 탄력성과 사회적 지지가 있다. 회복 탄력성은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 상황에 대처하고 정상적인 적응을 통해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으로[17], 재난으로 인해 파손된 지역을 공동으로 복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회복 탄력성뿐만 아니라 집단의 회복 탄력성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8]. 사회적 지지는 유형 또는 무형의 도움으로, 특히 재난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정신 심리적 외상의 부작용을 감소시키며 우울 및 PTSD와는 부적 상관관계를, 회복 탄력성 및 삶의 질과는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19]. 또한 재난 및 복구와 관련된 요인으로, 재난 피해의 규모가 클수록 삶의 질은 낮았고[24], 재난 이후 물질적, 재정적 지원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6].
재난 피해자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평가와 관리를 위해서는 자주 발생하는 재난 유형별 피해자 집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내 재난 피해자에 대한 연구는 수해 피해자[20], 대구 지하철 사망자 유가족[21], 세월호 피해자의 부모[19] 등 특정 재난 피해자와 가족 등 일부 재난 경험자들에 대한 연구에 국한되어 있다. 또한 선행연구들은 우울, 불안, PTSD, 회복 탄력성 등 정신 심리적인 요인에 집중되어 있어, 인구 사회학적 특성이나 재난 및 복구와 관련된 특성 등이 종합적으로 건강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기 어렵다[22].
이런 측면에서 본 연구는 자연재해나 사회재난 등 기존에 자주 발생했던 재난 유형별 피해자를 대상으로 인구 사회학적 특성, 정신 심리적 특성과 사회적 지지, 그리고 재난과 구호 서비스의 특성과 재난 피해자의 삶의 질과의 관련성을 종합적으로 규명하여, 재난의 대응 및 복구 과정에서 대상자와 지역사회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간호중재 프로그램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