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ose
As the daily life experiences of community-dwelling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are closely correlated to mental health recovery, this study aimed to analyze their daily life experiences in depth to determine their significance.
Method
Participants included eight community-dwelling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A total of 12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once or twice per participant. The collected data were analyzed using the phenomenological analysis method described by Giorgi.
Results
The daily life experiences of community-dwelling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were categorized into the following four components: “encountering shocking reality in the outside world”, “life tied down by the mental illness”, “happiness and gratefulness encountered in daily life”, and “wishing for a change and self-sustaining life”. Conclusion: This study found that the recovery and welfare of community-dwelling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were promoted and that these patients made necessary efforts to become a member of the local community. These findings could be used as a reference for establishing social welfare policies which enable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to participate as functioning members of the community that facilitate the prevention of relapse, to promote their integration into the community. Furthermore, the present results will contribute to the development of nursing intervention programs to promote recovery and prevent relapse, to ultimately establish a mental health management system.
J Korean Acad Community Health Nurs. 2020 Sep;31(3):244-255. Korean. Published online Sep 30, 2020. https://doi.org/10.12799/jkachn.2020.31.3.244 | |
© 2020 Korean Academy of Community Health Nursing |
전원희,1 최은정,2 조현미3 | |
1계명대학교 간호대학 부교수 | |
2고신대학교 간호대학 부교수 | |
3가야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 |
Won Hee Jun,1 Eun Joung Choi,2 and Hyun Mee Cho3 | |
1Associate Professor, College of Nursing, Keimyung University, Daegu, Korea. | |
2Associate Professor, College of Nursing, Kosin University, Busan, Korea. | |
3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Nursing, Kaya University, Gimhae, Korea. | |
Corresponding author: Cho, Hyun Mee. Department of Nursing, Kaya University, 208 Samgye-ro, Gimhae 50830, Korea. Tel: +82-55-344-5274, Fax: +82-55-331-8300, | |
Received April 03, 2020; Revised July 16, 2020; Accepted July 18, 2020. |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 | |
Abstract
| |
Purpose
As the daily life experiences of community-dwelling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are closely correlated to mental health recovery, this study aimed to analyze their daily life experiences in depth to determine their significance.
Method
Participants included eight community-dwelling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A total of 12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once or twice per participant. The collected data were analyzed using the phenomenological analysis method described by Giorgi.
Results
The daily life experiences of community-dwelling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were categorized into the following four components: “encountering shocking reality in the outside world”, “life tied down by the mental illness”, “happiness and gratefulness encountered in daily life”, and “wishing for a change and self-sustaining life”.
Conclusion
This study found that the recovery and welfare of community-dwelling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were promoted and that these patients made necessary efforts to become a member of the local community. These findings could be used as a reference for establishing social welfare policies which enable 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 to participate as functioning members of the community that facilitate the prevention of relapse, to promote their integration into the community. Furthermore, the present results will contribute to the development of nursing intervention programs to promote recovery and prevent relapse, to ultimately establish a mental health management system. |
Keywords:
Mental disorders; Community; Life; Qualitative research
정신장애; 지역사회; 생활; 질적연구
|
서론
|
1. 연구의 필요성
정신질환에 대한 관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국민의 건강관리와 국가가 부담하는 의료비용 측면에서 주요 이슈로 다루어진다[1, 2]. 정신질환은 지각, 감정, 인지, 행동, 사회화 등의 장애를 동반하여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하고 무능력의 상태로 가는 정도가 심각하여 사회로부터 고립되게 만든다[3]. 이러한 기능장애와 사회적 위축의 문제를 가장 광범위 하게 드러내는 것이 조현병이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조울증, 주요우울장애 등의 다양한 정신장애의 분류들에서도 상기의 증상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1, 3]. 그렇기에 정신장애는 연속적, 포괄적으로 관리 되지 않으면 일생 동안 재발과 입 · 퇴원의 과정이 반복되어 치료와 관리에 장기화가 발생하게 된다[1].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질환 평생 유병율은 약 25.4% 정도이며[4], 중증 정신장애인의 정신의료기관 재원 기간은 평균 214.6일로, 이는 미국 평균 10일, 오스트리아의 평균 25일에 비해 월등히 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
정신장애인에 대한 장기입원 위주의 관리는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서비스 영역의 문제점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7년 5월부터 정신건강복지법을 전면 개정하여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을 제한하고 지역사회로의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6]. 최근 정신장애인의 회복에 대한 관점은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 회복 모델로 변화되고 있고 이러한 회복 지향적 치료의 개념은 영국, 뉴질랜드, 호주, 미국, 캐나다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정신건강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국가 정책, 서비스 기준 및 지도 원칙에 포함되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7]. 이에 비해 아시아 국가의 경우, 재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회복 모델에 근거한 서비스 제공이 미흡한 실정이다[8, 9]. 따라서 지역사회 정신건강간호사들은 정신장애인들의 성공적인 지역사회통합과 회복 증진을 위해 효과적인 회복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장기 입원 경험을 갖고 지역사회로 복귀하여 생활하는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 되어야겠다.
재가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 속에서 입원환경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며 다양한 사회관계를 경험하게 되므로 이들의 삶의 경험은 일반인이나 입원한 정신장애인의 생활 경험과 다른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 여러 선행연구들은 지역사회로 복귀한 많은 수의 재가 정신장애인들이 환경의 변화와 적응의 어려움, 낙인을 비롯한 다양한 난관을 경험하고[10, 11, 12, 13, 14], 이는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며 회복되는 과정을 저해할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11, 12, 13, 14]. 아울러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함을 강조하고 있다[12, 13]. 따라서 재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경험하는 구직이나 재활, 낙인, 대인관계 경험 등의 단면적인 부분이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전반적인 경험과 감정의 본질에 대해 심도 있게 파악하여 이들이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회복되는데 필요한 현실적 요구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정신건강간호사들이 재가 정신장애인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들의 회복을 촉진하는 정책 마련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정신건강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시행된 국내 · 외의 정신장애인의 경험에 관한 연구는 회복경험[11], 고용 장벽 경험[14], 직업유지 경험[15], 중증 정신장애인의 체험[17]과 같이 주로 고용, 회복, 재활 등의 단편적인 주제로 다루어져 왔기 때문에 이들의 일상생활경험을 통합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리하여 본 연구에서는 Giorgi [18]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정신장애인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겪고 있는 일상생활경험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방법은 참여자들의 생생한 삶의 경험 속에서 공통적인 특성을 도출해 내는데 유용하며 도출된 경험들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시간적, 상황적 맥락에서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 경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잘 부합된다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Giorgi [18]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해석함으로써 지역사회 정신건강간호사들이 이들의 정신건강회복과 지역사회로의 통합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신건강서비스를 개발하는데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을 결정하도록 지침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을 탐색하여 그 본질적 구조와 의미를 기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 질문은 “퇴원 후 정신장애인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생활을 어떻게 경험하는가?”이다.
연구 방법
|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의 의미 및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Giorgi [18]가 제시한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참여자는 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건강재활센터 등의 정신보건기관에 등록된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였다 (Table 1). 연구참여자의 구체적인 선정기준은 성인의 삶의 경험이 드러날 수 있도록 만 20세 이상의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에서 최소 1년간의 입원 경험이 있고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1년 6개월 이상 거주 한 정신장애인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이러한 선정기준은 기존의 문헌들을 확인해 본 결과 심리 · 사회적으로 적응을 하면서 다양한 생활 경험을 가질 수 있는데 필요한 기간이 최소한 1년 6개월 이상이라고 제시하고 있는 선행연구를 기준으로 하였다[19, 20] 연구참여자 수는 Dukes [21]의 이론에 근거하였고, 현상학적 연구방법에서 적절한 표본 수는 최소 3명에서 최대 10명까지로 보았으며 본 연구에서는 8명의 정신장애인이 연구참여자로 선정되었다. 본 연구에 참여한 8명의 정신장애인 중에서 2명은 혼자 생활하였고 6명은 가족과 함께 동거하고 있었으며 참여자에 따라 형제, 부모님, 배우자, 자녀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과 생활하고 있었다. 또한 참여자 중 5명은 공장을 다니거나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등의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참여자의 연령 분포는 만 28~64세로 평균 45.75세이었으며, 입원횟수는 적게는 5회에서 많게는 12회로 평균 7.12회 정도이었다. 참여자들 중에서 4명은 가정에서 지내면서 사회복귀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
3. 자료수집 및 분석
1) 자료수집
자료수집기간은 2019년 4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이었다. 참여자 표집 경로는 두 개의 정신보건기관(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건강재활센터) 관리자에게 연구목적을 설명하고 자료수집에 대해 승인을 받은 후 기관에 등록된(이용하는) 회원들 중에서 본 연구참여자 선정기준에 부합되는 대상자를 추천 받았다. 그리고 연구자는 기관을 방문하여 추천 받은 대상자를 만나서 본 연구에 대해 설명문을 가지고 충분히 설명 한 후 대상자가 자발적으로 서면 동의서에 서명한 경우에 자료수집 하였다.
참여자 별 면담 횟수는 1~2회이었으며 면담에 소요된 시간은 60~90분이었다. 주요 질문은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어떤 생각이나 느낌 등을 경험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로 비구조적이며 개방적인 질문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기 주저하는 경우 준비한 부가적 개방질문을 이어나갔다.
면담 시 가능한 연구자의 의도가 개입되는 답이 유도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고 있는 그대로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자료의 수집은 참여자의 언어적 표현을 비롯한 어조, 표정, 손짓, 웃음이나 눈물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 모두를 누락시키지 않도록 관찰, 메모, 녹음을 하였다. 면담도중에는 참여자의 표현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참여자의 표현에 집중을 하면서 면담을 마친 후 메모하는 방식으로 하였고 자료수집 과정에서 연구자의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판단 중지를 하였다. 참여자의 동의하에 연구자는 녹음된 면담 내용을 참여자가 진술한 그대로의 언어로 필사한 후 원 자료와의 비교를 위해 녹음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며 확인하였다. 또한 면담 내용을 참여자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가져 정확성 확보를 하였고,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과정을 거쳤다.
2)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는 참여자의 진술에서 그것이 가지는 명확한 의미를 찾아내고 그들이 경험한 내용의 본질과 의미를 밝히기 위해 Giorgi [18]의 현상학적 분석과정을 통하여 분석하였다. 첫째, 연구자의 선입견과 가정을 배제하며 참여자의 진술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과 윤곽을 파악하였다. 둘째, 표현된 내용에서 재가 정신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에 초점을 두고 이와 관련한 의미들을 추출한 후 이를 참여자의 경험을 잘 표현 할 수 있는 범주로 분류하였다. 셋째, 재가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표현한 주요 의미를 연구자 관점의 언어로 변화시켜 기술함으로써 주제 내용을 구체화 하는 작업을 하였다. 넷째, 도출된 중심의미들을 일관성 있는 내용들로 통합시켜 재가 정신장애인의 관점에서 일상생활경험의 의미에 대한 상황적 구조를 구성 하였다.
4.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고신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로부터 연구심의 승인(IRB No.: KU-IRB-20180102)을 받은 후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면담이 시작되기 전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 진행과정 및 방법, 면담 시간, 주요 질문, 자료 누락 방지를 위해 면담의 내용을 녹음하는 것, 원치 않을 시 언제든지 연구참여를 중단 가능함 등을 설명하였다. 또한 참여자 신분에 대한 익명성 보장과 녹음 및 필사자료의 비밀을 유지하고 연구가 종료된 후 모든 녹음자료를 영구히 삭제함과 동시에 필사자료는 분쇄할 것임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참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절차를 거쳤다. 면담이 종료 된 후에는 참여자들에게 소정의 면담비가 지급되었다.
5. 연구의 타당성 확보
본 연구의 타당성 확보를 위해 Lincoln과 Guba [22]에 의해 제시된 질적연구의 평가 기준으로서의 사실적 가치, 적용성, 일관성, 중립성을 따랐다. 첫째, 연구에서 사실적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1년 이상 정신의료기관 입원 경험이 있는 재가 정신장애인을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참여자들 중 2인에게 연구의 결과를 보여주고 읽도록 하는 member check를 통해 참여자들의 경험을 드러내는 기술이라는 확인을 얻었다. 둘째, 연구의 적용성 확보를 위해 연령과 성별이 다른 재가 정신장애인을 참여자로 선정하였고, 참여자 8명에 대한 면담 횟수는 총 12회였다. 면담이 진행되면서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의 의미가 충분히 표현되어 주제와 관련된 내용이 반복되고,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타나지 않아 자료가 포화 상태에 이를 때까지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반복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풍부한 기술(thick description)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준다. 셋째, 연구의 일관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연구자가 참여자의 면담부터 필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였고 수집된 자료의 분석 또한 Giorgi [18]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에 따라 직접 진행하였다.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에 대한 내용을 연구자의 언어로 상 · 하위 구성요소를 도출 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타당성 및 객관성 확보를 위하여 질적연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간호학과 교수 2명의 자문을 받았다.
본 연구의 연구자들은 다년간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간호학과 교수들로서 다양한 진단명의 환자들을 간호하며 그들과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경험이 풍부하다. 또한 간호학 박사과정에서 ‘간호과학 철학’, ‘간호이론 분석과 개발’, ‘질적연구방법론과 분석론’ 등의 질적연구에 대한 철학적인 배경과 방법론적인 이해를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교수들로부터 지도를 받고 다수의 질적연구를 수행해 본 경험이 있다. 현재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신건강간호학’, ‘간호교육과 상담’, ‘심리학 개론’, ‘인간행동의 이해’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오랜 기간 학생들을 상담해 오는 등 질적연구 수행에 필요한 자질과 민감성을 확보해 왔다.
연구 결과
|
Giorgi [18]의 현상학적방법으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의 구조는 4개의 구성 요소와 12개의 하위구성요소로 도출되었다(Table 2).
|
1.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에 대한 상황적 구조기술
1) 구성요소: 세상 밖으로 나와 충격적인 현실과 부딪힘
참여자들은 장기간 정신병원을 입 · 퇴원 반복하면서 병원 밖에서의 삶을 다시 만난 일상으로 느꼈다. 이는 참여자들이 병원이라는 경계선을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진 것에 대해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들이 따라 잡기 힘들 만큼의 환경과 문화의 변화를 접하면서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그들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였던 기간 동안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문화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언급하였다. 변화의 과정을 함께 겪지 않은 것과 정신과적 잔여 증상으로 인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그들은 달라진 생활모습과 환경에 대해 생소함과 당황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
제가 너무 고립되어 있었나 봐요. 버스를 탔는데... 분명 예전에 제가 자주 타던 버스 노선이었는데 밖을 구경하며 가다보니까 어느새 예상 했던 길하고 다른 길로 가는 거예요. 뭔가 아직 병원 밖 일은 낯선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 너무 당황 했어요. 버스 번호는 예전 번호인 데 그동안 노선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일단 내렸는데 한번 당황하고 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제가 바보같고 좀 그랬어요.(참여자 3)
마트 갈 일이 없잖아요. 입원해 있으면... 정말 오랜만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경보음이 울리는 바람에... 전 그냥 장바구니에서 카트로 바꾸려고 그런 거였거든요. 근데 직원이 와서 뭐라 그러고... 너무 당황하니 말도 안 나오고... 집에 올 때 까지 사람들이 저 쳐다보면서 수군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참여자 6)
병원 밖으로 나온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정신병이 인간관계에 있어 배려보다 외면을 당하는 상황을 만나게 한다고 말한다. 또한 타인들의 선입견 내지는 부정적 시선을 받게 하여 그들의 사회생활에서 위축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대인관계를 상실해 가고 타인과 자신 사이에 벽이 쳐지는 감정을 경험함을 통해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이라 말한다.
우리 정신장애인들은 배려 받는 것보다 외면당하거나 무시당하는 게 많으니까...그러니까 자꾸만 소심해지고 남들이 나를 뭐라고 하나 그거에 신경이 너무 쓰여요.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소심해 져서 선뜻 나서지지가 않아요.(참여자 1)
금전 문제도 속상하고, 또 속상한 거는 병신 취급당하니... ‘저기 정신병자 지나간다’ 그러는 거 같고. OO마트 근처 지나갈 때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느낌... 속상하고 진짜 숨고 싶고. 뭐라 표현을 못 하겠어요.(참여자 2)
그냥, 내 진단을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내 병, 내가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거 그런 거를 말 안 해요. 정신장애인이라고 배려 받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게 많고 뭔가, 어떤 집단에 가면 벽이 쳐 진달까? 편견 아니겠어요? 오히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있는 것보다 저를 아는 사람들과 있을 때가 더 초라해 지는 것 같아요.(참여자 7)
2) 구성요소: 정신장애에 여전히 묶여 있는 삶
참여자들은 정신장애 증상이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마치 그들과 그들 주변이 정신증상으로 묶여 있는 듯한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의 정신장애의 치료와 잔여 증상으로 인해 초래된 사회적 기능과 판단력의 저하 등이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 까지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이 참여자들의 대인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가족 간에 긴장과 갈등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여 자신에게 정신병이 찾아온 것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내 증상 때문에... 의심, 의심이 많아지고 피해의식이 커지니까 대인관계가 너무 어려운거라. 어딜 안 가려고 그러고, 가족들한테도 막 못할 소리 하고. 그러다가 증상이 좋아져도 나를 데리 고 어딜 갈 때면 가족들이 나 때문에 신경 쓰고... 이 병, 무슨 병이 걸려도 이런 게 걸렸는지. 몸 아픈 게 낫지...(참여자 5)
환청 때문에 막 돌아다닐 땐데 새벽에 추워서 쓰레기랑 풀 같은 거 모아서 담배라이터로 불 을 지피는 바람에 경찰서로 신고가 들어갔어요. 형님이 한계에 도달 했는지 언성을 높여서 저 새끼 저렇게 사고치고 약도 안 먹고 돌아다니는데 왜 병원에서 빼 내 오냐고 막 그러면서 정신 못 차린다, 차라리 입원을 좀 길게 하고 있어라 뭐 그런 소리를 하니까 어머니는 내가 불쌍하다고 우시고...(참여자 2)
참여자들은 경제적인 독립과 자녀 양육 등을 위해 일자리를 알아본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정신 증상을 앓아 온 탓에 구직에 있어서도 기회가 적고 기대치를 낮춘 취업을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취업을 하더라도 적은 급여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고 엄마로서 자녀를 잘 뒷받침 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미안함을 품게 된다. 이들은 급여가 적더라도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정신이 좀 문제가 있으니까 제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한다는 게 쉽지가 않죠. 그냥 일만 시켜 주면, 몇 십 만원이라도 벌 자리가 있으면 감사히 여기고 가는 거죠.(참여자 2)
딸에게는 너무 미안해요. 사랑해주고 돌봐주고 싶고 그런데. 현실은 안 그랬어요. 참, 어렵더라고요. 돈도 없고 물질적으로 어려우니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복지관에서 설거지도 하고 병원 린넨실에서도 일 했어요. 보수는 적어도 뭐라도 일하게 해주면 감사하다 여기고해야죠.(참여자 3)
참여자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해 언제든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으로 보는 일반인들의 왜곡된 시각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인해 참여자가 가진 질병이 참여자들로 하여금 사회에 나와서 어울릴 수 없는 위험한 인물로 만들어 버리며 인생을 흔들어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고 무거운 심리를 경험하고 있다.
병 없는 사람도 욱하면 사고 칠 수도 있잖아요. 근데 왜 정신장애인들만 위험하게 생각을 하는지 기분이 나빠요. 저희가 외삼촌 빌라에 얼마 전에 세 들어갔는데 병 있는 거 입원했던 거 그런 거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내가 범죄자도 아니고... 씁쓸하고. 우리 같은 사람은 이렇게 사회에 나와서도 숨겨져야 하는 사람인가. 병도 무슨 이런 병이 걸려서 그 병이 올무가 돼서 나를 위험한 사람으로 만들고 내 인생을 이렇게나 흔드는가 싶어요.(참여자 5)
우리 애 학교에 몇 달에 한 번 등하교 시간에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교통안전 도우미를 해요. 제가 할 차례가 돼서 간다고 했더니 저는 안 해도 된다고, 다른 엄마가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나를 무서운 사람으로 생각하는 느낌이었어요. 왜 내가 사회에 나오면 안 되는 사람으로 대해져야 하는 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세균이나 범죄자가 된 것 같아요.(참여자 8)
3) 구성요소: 일상에서 만난 행복과 감사
참여자들은 병원 밖의 삶에서 작은 일을 성취하고 자신이 마음먹은 일을 해 볼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자신을 사회인으로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들을 편견 없이 대해주는 온정의 손길과 자신도 돌봄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이 되어 보면서 감사의 마음과 존재의 가치를 알아간다.
참여자들은 정신병원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나 일상을 살아가면서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서도 자유로움을 느끼며 만족해 하고 있다. 자신이 결정할 수 있고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상의 삶에서 몸과 마음이 매이지 않고 환자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시간을 보낸다는 표현을 한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간이 길다보니까... 거기서는 내 맘대로 못하는 게 많거든요. 내 마음대로 어딜 구경을 갈 수 있나... 근데 4년 전부터는 이렇게 OO클럽하우스에 다니면서 밖에도 나가고 담배도 피우고 외출해서 맛 나는 것도 사먹고 하니 너무 자유롭고 좋더라고요.(참여자 1)
병원 밖에서 지내니 아침에 청소할 때 나무를 보고, 산도 보고 새도 보고 하면서 ‘아~!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에서 지낼 수 있는 부분도 있구나’ 라는 감정에 참 좋고... 이게 자유다, 내 몸과 마음이 매이지 않는 것... 그런 생각을 종종 해 봐요.(참여자 2)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무기력 했던 삶에 변화를 주는 시도를 하며 성취감을 경험한다. 또한 병원에 갇혀 있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이동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행복감과 사회인으로 한걸음 더 나아감을 느끼고 있었다.
상추도 키우고, 오이도 키우고 계절마다 여러 가지 좀 키워 봤어요. 생각보다 채소들이 잘 돼서 딸집에도 주고 교회 갈 때 집사님 집에도 주고 옆집에도 주고 그랬어요.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병원에 있을 때는 주는 밥 먹고 자고 뭐... 그런 한심한 시간을 보냈는데 밖에서는 뭐라도 해서 남들하고 나누고 나도 보람되고... 이게 사람 사는 거 같다 뭐 그런 생각 해 봤어요.(참여자 6)
내가 병원에 갇혀 있지 않고 이렇게 자유인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전 가끔 꼭 목적 이 있는 게 아니라도 지하철 보다는 버스를 타고 좀 돌아다녀요 바람 쐬고 바깥 구경도 내가 마음먹으면 할 수 있고 이런 것도 행복하더라고요.(참여자 8)
참여자들은 반복되는 입 · 퇴원과 질병이 가지는 부정적 이미지, 사회적 낙인 등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있어 위축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 준 정신재활시설 동료와 선입견 없는 태도로 배려해준 직장 사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도 성실히 살아서 그들의 인정에 보답하고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김OO이라고 참 고마운 사람이 있습니다. 힘들게 번 돈으로 저한테 커피도 사주고 밥도 사주 고 그럽니다. 참 고마운 친구지요. 나한테 이렇게 마음 써 주는 사람 별로 없거든요. 그 친구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적은 돈이라도 벌어서 그 친구한테 커피도 사주고 맛있는 거 사주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참여자 1)
지금 일하러 다니는 곳은 공업용 천을 만드는 공장인데 사장님 내외가 저한테 참 잘해줍니 다. 나를 다른 직원들하고 똑같이 한 인간으로 인정해 주고, 배려해 주고 하니 참 마음이 푸근했습니다. 내가 그 배려에 감사해서 실망 안시키려고 내 나름대로 성의껏 일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참여자 2)
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던 참여자들은 자신도 남을 위해 봉사하고 돌보는 일을 해 보면서 보람과 존재의 가치를 알아간다. 또한 이러한 경험들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재가 정신장애인들의 재활과 자존감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봉사 할 때가 보람되고 좋아요. 병원에서 지낼 때는 남돌아보고 그런 거 없이 그냥 지냈거든요. 정신장애인이라고 다 너무 제 앞가림 못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고 남이 주는 도움만 받게 하는 것은 별로인 거 같아요. 조금이라도 남한테 도움을 주는 일도 해 보게 하는 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자존감도 세워 지고 재활에도 도움되고 그런 것 같아요.(참여자 3)
엄마랑 외할머니가 시켜서 시작한 일인데, 엄마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보고 텃밭에 채소를 키우면서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고양이도 내가 때 맞춰서 밥 챙겨주고 하니 잘 먹고 잘 크고... 식물도 마찬가지고. ‘나도 누군가를 돌보고, 내 손길이 필요한 데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좀 좋고 감사한 마음도 들고 그렇더라고요.(참여자 4)
4) 구성요소: 세상 속에서 변화와 자립의 삶을 소망
참여자들은 정신장애인과 관련한 범죄뉴스들이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좁아진 대인관계,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 등으로 취업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 환경의 개선, 배움과 취업기회 확대 등을 포함하는 정부정책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함을 토로한다. 이러한 과정과 자신의 노력을 통해 무엇보다도 그들 자신이 자신의 삶을 조절하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감당하며 사회인으로 주도성을 갖는 삶을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하고 경제와 거주의 독립을 가질 미래를 희망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을 가지고 그저 사회로부터의 격리만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응에서 속상함을 느낀다. 이들은 정신장애인들이 충분히 치료 받고 사회에 복귀하여 적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입원치료환경개선 및 사회복귀와 관련된 재활 프로그램과 배움의 기회 증진, 정신장애인들이 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정신장애인 관련해서 안 좋은 뉴스가 많이 나오니깐... 사람들은 치료를 안 시키고 돌아다니게 해서 그렇다는데, 제 생각에는 치료를 잘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참여자 2)
별로 갈 데도 없고. 병원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익숙지 않은 게 많아요. 원활한 대인관계가 안 되니까, 센터 같은데서 그런 거 관련된 훈련이나 프로그램 같은 거를 좀 더 신경 써 줘야 하지 않나.(참여자 5)
제가 바라는 건, 하루에 4~5시간 정도만 일 하는 거, 내 용돈 벌이라도 할 수 있는 거, 그런 일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도 국가에서 신경을 써 야 될 것 같아요.(참여자 8)
참여자들은 자신들도 결혼도 하고 작은 임대 아파트라도 자신만의 독립적인 공간에서 자립한 삶을 살아 보고 싶다고 말한다. 금전적으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국가에서 장애인 연금을 늘여주고 자신들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들의 작은 꿈들이 이루어 질 날도 올 것이라 희망하고 있다.
열심히 돈 모아서 정상인 여자랑 결혼도 하고 싶은데....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누님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작은 임대 아파트라도 얻어서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 보고 싶어요.(참여자 1)
연금이 좀 더 늘면 좋겠어요. 일 할 수 있는 기회도 늘고. 그래도 돈은 좀 열심히 모았어요. 그 돈 모아서 부자는 될 수 없겠지만 때가 되면 자립해서 내 스스로 챙기고 살아보고 싶어요.(참여자 2)
이렇게 병원 밖에서 삶을 살아가는 게 자립하는 느낌이 들어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지금은 기초 생활 수급자고, 적십자에서 매달 먹을 음식 같은 거를 도와주시고 하는데 우리 딸 뒷바라지 하려면 저도 일을 뭐라도 해야지요. 그래도 열심히 하니까... 지금 하는 일도 돈은 작아도 언젠가는 편하게, 남 도움 없이도 살날이 올 거라고 생각을 해요.(참여자 3)
참여자들은 병원 밖에서 생활하면서 사소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결정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해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금전적인 부분을 직접 마련한다는 사실이 사회인으로서 주도성을 갖는다는 경험이 되어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2년간 일을 했습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두 달 일하고. 주로 청소 일을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일 한다고 무시하겠지만, 나는 그런 일자리라도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나한테 필요한 돈은 내가 벌어서 생활 할 수 있으니 좋은 거다, 나도 사회인이고 떳떳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참여자 1)
병원에 있을 땐 시키는 대로 하는 거죠. 지금은 병원 스케줄에 안 맞춰도 되고, 잠도, 밥도, 밖에 외출하는 것도 내가 결정해도 되니까 이젠 사람 같아요. 로봇처럼 자기 생각은 없는 상태 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게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제는 사람으로 산다는 느낌이 들어요.(참여자 5)
2.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에 관한 일반적 구조기술
본 연구에서 도출 된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에 대한 4개의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하여 일반적 구조를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참여자들은 여전히 정신의료기간에 입원하기 전의 생활 경험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참여자에게 다가온 수많은 문화적 변화들은 그들을 당황스럽게 하였고, 때로는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부정적 시선과 반응들로 인해 참여자의 사회생활과 대인관계는 더욱 위축되어 갔다. 특히. 자신이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앞에 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더 초라하게 느끼고 있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정신장애인이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사람들을 원망하게 되고 정신장애를 앓게 된 것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들며, 질병이 자신의 삶을 흔들고 있다고 말한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정신장애 증상이 가족들까지도 긴장과 갈등 속에 살아가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정신장애가 가족들의 삶도 침범하여 부담을 주고 취업과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장애물이 되어 자신의 삶에 올무가 되는 경험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병원 밖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참여자들에게 때때로 힘겨움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세상 속에 있는 자유인임을 누리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몸을 이동하고 주변 환경을 마음껏 돌아보며 환자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의 잃었던 자유를 찾은 감정을 경험한다. 또한 참여자들은 자신이 해 볼 수 있는 일들이 없다는 생각에 늘 무기력 하게 살아오다가 자격증을 따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하여 참여자들은 병원 밖에서의 삶에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사회인으로서 주도성을 가지는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만족함을 경험하고 있었다.
한편, 참여자들은 반복되는 입 · 퇴원과 질병이 가지는 부정적 이미지, 사회적 낙인으로 대인관계에 있어 위축된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중 참여자들은 온정을 베풀어 준 정신재활시설 동료와 고용주를 만나기도 한다. 늘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일을 많이 겪었던 이들은 이러한 만남에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자신도 성실히 살아서 그들의 인정에 보답하고 실망 시키지 않겠다는 삶의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또한 도움을 받으며 살던 삶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기회를 가지고 자신도 도움이 되는 상황이 있다는 것에 기쁨과 존재의 가치를 느낀다고 말을 한다.
참여자들은 사회가 정신장애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말하고 그들의 좁아진 대인관계,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 등으로 취업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치료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학습과 취업기회 확대, 정신재활시설에서의 적극적인 재활 프로그램 운영, 정신장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등을 포함하는 정부정책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함을 토로하였다. 이러한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을 기대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노력을 통해 경제와 거주의 독립을 가질 미래를 희망하고 있었다.
논의
|
본 연구는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들이 대면하고 있는 생생한 삶의 경험들의 본질을 이해하고 탐색하기 위해 시도한 질적연구이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은 4개의 구성요소와 12개의 하위구성요소로 도출되었다.
첫째, 참여자들은 퇴원 후 따라 잡기 힘든 환경과 문화의 변화, 정신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 등을 접하면서 당황스러움을 경험하였다. 특히, 참여자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시선과 이미지를 이야기 하며 이에 대한 결과로 심리적 고통을 느끼게 됨을 호소하였는데, 이러한 현실은 이들의 재활에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다[10, 12].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특성과 태도는 의료기관에서 퇴원한 정신장애인들의 재활과 지역사회 내에서의 적응 정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23]. 최근 한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범죄와 관련된 언론보도들은 대중으로 하여금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유발하고, 나아가 정신장애인들은 이를 스스로에게 적용 및 수용하여 내재화된 낙인을 형성함으로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10, 12, 23]. 따라서 정신장애에 대한 대중의 인식개선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과 함께 정신장애인의 내재화된 낙인을 평가하고 중재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둘째, 참여자들은 그들의 일상이 정신장애라는 질병에 여전히 묶여 있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정신장애증상이 가족 간에 긴장과 갈등을 유발시키고 가족들의 삶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에서 가족구성원들은 정신장애인과 같이 거주한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편견에 취약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정신장애인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24]. 따라서 지역사회 정신건강간호사는 정신장애인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정신장애 증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육적 중재를 제공하고 정신장애인 가족을 위한 자조모임을 지원함으로써 환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에게 유용한 지지자원으로써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또한 참여자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랜 기간 겪은 정신 증상으로 인해 취업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고 기대치를 낮춘 취업을 시도하였다. 호주 퀸즐랜드에서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성 정신장애인의 실업 문제와 고용을 다룬 질적연구[13]에서도 정신장애를 가진 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건강상의 어려움,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 등이 경쟁력 있는 직장에 취업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고 기술하고 있어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기술훈련 및 지역사회를 연계한 적극적인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제공이 필요하며, 취업 관련 자격증 취득 기회의 확대 및 고용 기관의 협력적인 자세가 요구됨을 시사한다.
셋째, 참여자들은 정신병원을 퇴원 후 지역사회로 복귀하여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병원 규칙에 얽매여 무기력 했던 삶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일상을 경험하며 독립된 인간으로서 자유와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참여자들은 자신도 남을 위해 봉사하고, 스스로의 삶을 조절하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감당하며 한사람의 독립된 사회인으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에서 사람다운 삶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정신장애인들이 회복 후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며 그러한 생활에서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누린다고 보고한 선행연구의 결과[25]와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재가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정신건강전문가의 지지가 높을수록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원에 대한 접근성은 높았으나, 정신장애인이 실제적으로 지역사회활동에 참여하는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문가들은 대상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사회 자원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반면, 실제적인 참여는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26].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정신건강간호사들은 재가 정신장애인에게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활동(예, 봉사활동)에 대한 양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질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자립을 도울 정부 정책을 희망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치료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의 질과 양의 확대나 취업기회의 확대와 같은 정부 정책의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아울러 참여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립하여 사는 독립적인 미래를 희망하고 있었다. 이는 Baverly와 Geoff [13]의 연구에서 자신의 생활 영역에서 독립성과 소유권을 가지는 것이 정신장애인이 희망하는 삶이라 보고한 결과와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의 관리와 지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사회중심의 통합 돌봄 체계가 좀 더 체계적이고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돕는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정신장애인들의 지역사회건강자원에 대한 혜택의 기회와 정보의 제공이 주어 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관련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며 특별히 지역사회건강자원과 보건의료정책 사업의 운영에 있어 주요 부분들의 담당하고 있는 지역사회 간호영역의 재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협업이 필요하다 여겨진다. 또한 정신장애인들이 정책과정에 주요한 이해당사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고, 자신들의 권리옹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들이 독립적인 삶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Michalak 등[27]의 연구에서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을 통해 일상생활 능력을 함양 한다면 사회에 적응하고 독립적인 생활인으로 살아 갈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대인관계기술, 직업훈련과 같은 학습 기회의 확대가 요구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신장애인들의 자립의 기회를 넓혀감으로써 이들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적응 능력을 향상시켜 주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에서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을 이해해 보는 과정을 통해 재가 정신장애인들의 회복과 복지를 촉진하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착해 나가는 데 필요한 노력의 방향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기능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해 나가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정신장애인에게 있어 사회문화적 요소 및 지역사회자원의 원활한 접근성과 이를 통한 재활관리의 필요성을 보여주며 지역사회 정신건강기관에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연구참여자를 모집하였으나 모집된 8명의 참여자가 모두 조현병 환자로 구성된 제한점이 있다.
결론 및 제언
|
본 연구는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들이 대면하고 있는 생생한 삶의 경험들의 본질을 이해하고 탐색하기 위해 Giorgi [18]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으로 시도한 질적연구로서 가정에서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8명을 대상으로 참여자 1명당 1~2회의 심층면담 시행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재가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경험은 4개의 구성요소로 구성되었고, 이는 세상 밖으로 나와 충격적인 현실과 맞닥뜨림, 정신장애로 여전히 묶여 있는 삶의 부정적인 측면과 일상에서 만난 행복과 감사, 세상 속에서 변화와 자립의 삶을 소망하는 긍정적 측면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지역사회의 재가 정신장애인이 일상을 살아가며 겪는 부정적, 긍정적 경험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사용되어 재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기능하며 적응해 가는데 필요한 사회복지정책 수립에 근거로 쓰여 질 수 있다. 또한 재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건강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회복과 재발방지를 목표로 하는 정신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건강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데 있어 가이드라인으로 쓰여 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현병 환자가 정신장애의 분류 중 가장 기능의 장애와 사회적 위축이 심각하여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할 지라도 최근 늘어나는 다양한 정신장애를 고려하여 대상자 군과 참여자수의 확대를 통해 결과의 적용성과 타당성을 더욱 높여줄 연구의 진행이 필요함을 제언한다.
Notes
|
이 논문은 2018년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기초연구사업임(No. NRF-2018R1D1A1B07043186).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fund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grant number: NRF-2018R1D1A1B07043186).
Referenc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