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effects of the rural elderly suicide literacy level upon suicide stigma and coping advice with suicidal crises (recommending professional help for a suicidal person). In particular, this study investigates the role of cultural norms (perceived social expectations for the experience of negative emotions) on suicide stigma and coping ability.
Methods A survey was conducted addressing elderly people (N=119) living in rural areas. Regression analysis using SPSS PROCESS macro was used to examine the relationships among the key variables.
Results Participants with higher suicide literacy showed lower suicide stigma, and this perception had a significant effect on enhancing their coping advice with suicidal crises. Also, perceived social expectations significantly influenced the relationship between suicide stigma and coping advice. With lower levels of social expectations, the mediating effect of suicide stigma on the relationship between suicide literacy and recommending professional help did not exist whereas the indirect effect was significant when it pertained to high levels of social expectations.
Conclusion This result signifies that suicide stigma serves as a barrier deterring Koreans from reaching out for professional help regarding their mental health. Moreover, these findings underscore the importance of cultural psychological factors such as perceived social expectations in terms of developing suicide prevention strategies.
J Korean Acad Community Health Nurs. 2022 Jun;33(2):164-174. Korean. Published online Jun 30, 2022. https://doi.org/10.12799/jkachn.2022.33.2.164 | |
© 2022 Korean Academy of Community Health Nursing |
안순태,1 이하나,2 조정희3 | |
1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 |
2이화여자대학교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연구교수 | |
3김제시보건소 장흥보건진료소 진료소장 | |
Soontae An,1 Hannah Lee,2 and Jeonghee Cho3 | |
1Professor, Department of Communication and Media,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 |
2Researche Professor, Ewha Institute for Age Integration Research, Seoul, Korea. | |
3Community Health Practicianer, Gimje Community Health Centery, Gimje, Korea. | |
Corresponding author: Lee, Hannah. Department of Communication and Media, Ewha Womans University, 52 Ewhayeodae-gil, Seodaemun-gu, Seoul 03760, Korea. Tel: +82-2-3277-2235, Fax: +82-2-3277-2783, | |
Received December 03, 2021; Revised May 04, 2022; Accepted May 10, 2022. |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 | |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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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effects of the rural elderly suicide literacy level upon suicide stigma and coping advice with suicidal crises (recommending professional help for a suicidal person). In particular, this study investigates the role of cultural norms (perceived social expectations for the experience of negative emotions) on suicide stigma and coping ability.
Methods
A survey was conducted addressing elderly people (N=119) living in rural areas. Regression analysis using SPSS PROCESS macro was used to examine the relationships among the key variables.
Results
Participants with higher suicide literacy showed lower suicide stigma, and this perception had a significant effect on enhancing their coping advice with suicidal crises. Also, perceived social expectations significantly influenced the relationship between suicide stigma and coping advice. With lower levels of social expectations, the mediating effect of suicide stigma on the relationship between suicide literacy and recommending professional help did not exist whereas the indirect effect was significant when it pertained to high levels of social expectations.
Conclusion
This result signifies that suicide stigma serves as a barrier deterring Koreans from reaching out for professional help regarding their mental health. Moreover, these findings underscore the importance of cultural psychological factors such as perceived social expectations in terms of developing suicide prevention strategies. |
Keywords:
Rural community; Elderly; Suicide; Health literacy
농촌 지역; 노인; 자살; 헬스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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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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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9.86명의 노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1].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매우 심각하며,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서도 2배가량 더 높다[1]. 여기에 고령화율 증가까지 더해져, 농촌 지역 노인의 자살 생각 및 시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2]. 농촌 지역 노인은 도시 지역 노인보다 교육 및 경제적 수준이 낮고, 홀로 사는 가구가 많아 건강 취약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3]. 이와 같은 현실에 따라, 우울 증상을 보이는 노인의 비율도 읍 · 면 지역이 대도시보다 훨씬 더 높게 보고되고 있다[3]. 노년기 우울과 자살의 높은 관련성을 고려하여[4], 농촌 지역 노인의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책 및 제도적 측면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개인적 수준의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 여기서 개인적 수준의 노력은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신속하고 적절한 위기대처를 의미한다[5]. 선행연구에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적극적인 관심이 자살률 감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과를 근거로, 일반인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중요성을 강조한다[6, 7]. 관련하여 국내 농촌 지역 자살에 대한 심리 부검 결과에 따르면, 고인들은 죽기 전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8]. 그러나 고인의 주변인들은 자살 위기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도리어 자살 위기에 처한 이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화를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8]. 소극적인 위기대처는 자살 발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일상에서 자주 대면하는 이들이 서로의 게이트키퍼가 되어, 자살 위험성이 높은 노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농촌 지역 노인의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여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해당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개인의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첫 번째로 주목한 요인은 자살 리터러시(suicide literacy)이다.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 징후와 위험요인 및 예방 · 치료법에 관한 지식수준으로 정의되며, 자살 위기대처 과정에 관여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6, 7, 9]. Cruwys 등[6]은 자살 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일수록 정상과 자살 징후를 명확히 구별할 줄 알며,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밝혔다. 반면, 자살 리터러시가 낮은 사람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에게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혹은 ‘같이 술 한잔하자’ 등 오히려 자살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부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7]. 더욱이 An 등[10]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살 리터러시 수준이 높은 농촌 지역 노인일수록 자살 위기대처 능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살을 둘러싼 낙인을 낮추는데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6]. 선행연구에 따르면[6, 9, 11, 12], 자살 낙인(suicide stigma)은 자살 원인과 위기 신호 및 치료에 대한 오해를 일으키고, 자살 시도자를 사회적 비난의 대상으로 차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자살 낙인의 가장 큰 문제는 자살 위기상황에서 적극적인 도움 추구 행동을 방해한다는 것이다[13, 14]. 하지만 높은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이 발생하는 이유와 대처방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때문에, 자살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해소해주고, 적극적인 자살 위기대처를 수행하게 만든다[6, 9]. 호주와 한국의 비교 연구에 따르면[7], 자살 리터러시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호주 참가자는 한국 참가자보다 자살 낙인 인식이 낮게 나타났다. 관련하여, Cruwys 등[6]은 자살 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살 낙인이 낮으며, 낮은 자살 낙인은 자살 위기 발생 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조언할 확률을 높인다는 매개 경로를 입증했다. 자살 낙인은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적 신념이기 때문에 이를 없애는 것이 상당히 어렵지만[7], 자살 리터러시 향상을 통해 개인적 수준의 인식 개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점진적 자살 예방을 논의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이다. 이에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낙인을 낮춰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는 매개 경로가 한국의 농촌 지역 노인에게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추가로, 자살이라는 사회적 질병의 특성을 반영한 효과적인 자살 예방 개입을 논의하고자 문화 심리적 요인의 영향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주목한 변수는 암묵적 문화 규범인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perceived social expectations for the experience of negative emotion; 이상 social expectancy)’이다. 정서는 모든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 경험이지만, 정서의 학습은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한다[15]. 즉, 정서가 주는 의미와 기대는 사회마다 조금씩 다르며, 이에 따라 정서에 관한 문화 규범의 차이가 존재한다[15, 16]. 한국과 같이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권에는 타인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암묵적 규범이 존재하며, 이는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더라도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기에 앞서 혼자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으로 이어진다[17, 18]. An과 Lee [17]의 연구에서, 부정적 정서 경험이 개인의 정신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참가자일수록 자살 낙인을 높게 인식했으며, 자살 위기 극복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아직 확인된 바는 없지만, 위와 같은 결과는 자살 낙인의 형성이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라는 규범 인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은 한편으로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영향을 덜 받는 사람일수록 자살 낙인에 민감하지 않게 반응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자살 위기 상황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을 적극적으로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변수들의 관계를 고려해, 이번 연구에서는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경로에 작용하는 자살 낙인과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절된 매개 효과를 함께 검증해보고자 한다.
농촌 지역 노인의 자살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이들의 자살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노인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자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나 정책적 처방에 대한 제안이 미흡하다[19, 20, 21]. 이전 연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22, 23], 우리나라 노인은 우울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특성이 있으며, 주위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인의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관여하는 요인들의 작용 경로를 밝히는 이번 시도는 노인을 위한 개인적 수준의 맞춤형 자살 예방안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에서 살펴볼 최종 연구모형은 Figure 1이며, 변수 간 관계를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아래와 같은 연구내용을 순차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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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살 낙인의 매개 효과를 검증한다.
• 자살 낙인이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절 효과를 확인한다.
•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낙인을 매개해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절된 매개 효과를 검증한다.
연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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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일개 농촌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살 리터러시 수준이 자살 낙인을 매개해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영향 관계에 있어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절 효과를 확인하는 서술적 조사연구이다.
2. 연구대상
본 연구는 일개 농촌 지역(전라북도 김제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성인남녀를 중 다음의 기준을 충족하는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첫째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자, 둘째, 의사소통이 가능한 자, 셋째, 자살 시도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진료(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자, 넷째, 연구참여에 동의한 자이며, 한국판 노인 우울척도 검사 결과 심각한 우울증을 보인 자는 제외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할 최소 대상자 수를 선정하기 위해 G*Power 3.1.9.4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통계 분석방법으로 F test와 다중회귀분석을 기본으로 지정하고, 효과 크기 .15, 신뢰 수준 .95, 변수의 수(독립변수: 3, 통제변수: 4)를 투입한 결과, 119명이 계산되었다.
3.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보건진료소의 협조를 받아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됐다. 보건진료소에 직접 방문한 60세 이상 어르신에게 연구참여를 권유했으며, 자발적 참여 의사를 밝힌 분들을 대상으로 면대면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연구원이 설문 시작 전 연구목적과 방법을 안내했다. 이때 사전 스크리닝 문항으로 정신질환으로 인한 치료/진료 경험과 자살 시도 경험을 질문했다. 본 연구는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일반인의 역할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정신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거나 자살 시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모두 연구대상에서 제외했다. 농촌 지역의 특성상 노인층의 교육 수준이 낮아 설문을 직접 작성하지 못하는 대상자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명의 연구원과 대상자가 1:1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자 중 설문지를 스스로 작성하겠다는 분들은 직접 작성토록 안내했으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연구원이 대상자가 구술로 한 답변을 수기로 기록했다. 최종적으로 119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47명(39.5%)은 직접 설문지를 작성했고, 나머지 72명(60.5%)은 연구자의 도움을 받아 설문지를 작성했다.
4. 연구도구
1) 자살 리터러시
자살 리터러시를 측정하기 위해 Calear 등[9]이 개발한 단축형 자살 리터러시 척도를 번안하여 사용했다. 위 척도는 자살 징후와 위험요인, 위기 시 대처방법 등 자살 예방을 위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을 측정하는 도구로서, 내용 및 척도 타당도가 다양한 문화권에서 검증된 상태다[9]. 해당 척도의 단축형은 총 12개의 진위형 문항(true-false item)으로 구성되며, 정답률의 총합을 계산해 자살 리터러시 수준을 판단한다. 사용된 문항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1) 자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살 위험을 증가시킨다(F), 2)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실제 목적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 관한 관심을 끌기 위해서이다(F), 3) 자살 시도를 원하는 사람은 그의 마음을 쉽게 바꿀 수 있다(T), 4)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않는다(F), 5) 정신과 의사 또는 심리 상담가를 만나는 것은 자살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T). 해당 척도에 대한 문항 신뢰도를 구한 결과, Cronbach’s α 값이 .79로 확인됐다.
2) 자살 낙인
An과 Lee [24]가 개발한 자살 시도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 척도를 사용해 농촌 지역 노인의 낙인 인식을 측정했다. 이 척도는 총 24개 문항으로 구성되며, ‘자살하는 사람은 무책임하다’, ‘자살하는 사람은 의지가 약하다’, ‘자살하는 사람은 이기적이다’, ‘자살하는 사람은 모진 사람이다’ 등의 문항을 5점 리커트 척도(1점: 전혀 그렇지 않음, 5점: 매우 그러함)로 측정한다. An과 Lee [24]의 연구에서 Cronbach’s α 값은 .85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Cronbach’s α 값이 .86으로 확인됐다.
3) 자살 위기대처 능력
참가자의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조사하기 위해 삽화를 이용했다. 참가자에게 정상 및 자살 징후가 묘사된 삽화를 제시한 후, 친한 친구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떠한 조언을 해줄 것인지 질문했다.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삽화와 문항은 기존 연구[6, 7]에서 개발된 것을 참고해 국내 농촌 노인의 상황에 맞게 수정한 후, 농촌 지역 노인을 주된 환자로 돌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내용 타당도 검증을 받았다. 조언의 유형은 소극적 대처(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이것저것 하면서 바쁘게 지내봐’ 등)부터 적극적 대처(예: ‘심리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병원에 한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까지 총 7가지로, 각각의 대처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줄 의향이 있는지 5점 척도(1점: 전혀 그렇게 이야기할 것 같지 않음, 5점: 매우 그렇게 이야기할 것 같음)로 측정했다. 본 연구에서는 자살 징후가 묘사된 삽화를 읽은 참가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소극적 대처보다 전문가를 찾아가라는 적극적 대처를 제안할 경우 자살 위기대처 능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문항들의 내적 신뢰도를 계산한 결과, Cronbach’s α 값이 .86으로 나타났다.
4)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측정하기 위해 Bastian 등[15]의 연구에서 사용한 척도를 이용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감정을 스스로 이겨내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위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등 6개 문항을 1점(‘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부터 5점까지(‘매우 동의한다’)의 5점 리커트 척도를 사용했다. Bastian 등[15]의 연구에서 Cronbach’s α 값은 .77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Cronbach’s α 값이 .86으로 확인됐다.
5) 통제변수
참가자의 우울 수준, 자살 생각, 자살 시도자와의 접촉 경험을 통제변수로 투입했다. 한편, 참가자는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평가받기 전, 정상 및 자살증상이 묘사된 삽화 중 하나에 무작위 노출됐다. 노출된 삽화 유형과 관계없이 참가자의 자살 위기대처 능력만을 측정하기 위해, 삽화 유형이 더미 처리되어 통제변수로 투입됐다.
대상자의 우울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Kee [25]가 개발한 한국판 노인 우울 척도를 이용했다. 해당 도구는 총 15가지 문항으로 구성되며, ‘현재의 생활에 대체적으로 만족하십니까?’, ‘자신이 헛되이 살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와 같은 문제를 지난 한 주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예’, ‘아니오’로 평가한다. Kee [25]의 연구에서 Cronbach’s α 값은 .93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Cronbach’s α 값이 .94로 확인됐다.
Petrie와 Chamberlain이 개발하고 Harlow 등[26]을 통해 타당도가 검증된 Suicidal Ideation Scale을 이용해 참가자의 자살에 대한 생각을 측정했다. 해당 도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 ‘최근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 등 총 5가지 문항으로 구성되며, 5점 Likert 척도(1점: 전혀 없음, 5점: 항상 그러함)를 이용해 자기 보고식으로 측정한다. 해당 척도의 Cronbach’s α 값은 .78로 확인됐다.
자살 시도자와의 접촉 경험은 ‘가까운 주변인(가족, 친척, 친구 등) 중,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사용했으며, ‘있다’와 ‘없다’ 이분형 답변을 통해 측정했다.
5. 자료분석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IBM SPSS/WIN 26.0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연구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빈도분석과 기술통계를 통해 수치를 확인했다. 각 측정도구의 신뢰도 검사는 Cronbach’s α를 통해 확인했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매개 효과, 조절 효과, 조절된 매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SPSS PROCESS macro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연구모형의 유의성 검증을 위해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법을 사용, 10,000회의 표본을 재추출하였고 투입된 변인은 모두 평균 중심화(mean centering) 처리했다. 유의성 검증은 95%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 CI)을 이용했으며, CI사이에 ‘0’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를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판단했다. 통제변수로는 삽화 유형, 우울 수준, 자살 생각, 자살 시도자 접촉 경험을 공통으로 투입했다.
6. 윤리적 고려
이화여자대학교의 생명윤리위원회를 통해 대상자의 권리와 윤리적 고려를 위한 승인(IRB No. ewha-202009-0003-01)을 받았다. 또한, 모든 참가자에게 설문 시작에 앞서 서면으로 연구참여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다. 비록 본 연구는 정신질환으로 병원 치료/진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했지만, 설문지에 포함된 한국판 노인 우울척도 검사를 통해 참가자의 우울 수준이 관찰될 수 있다. 이때, 검사 기준에 근거해 심각한 우울증이 확인된 참가자에게는 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 연계하여 치료를 도울 수 있게 조치하였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설문 시작 전 모든 참가자에게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이 발견된 경우 타 기관에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음을 알렸으며,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다.
연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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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전체 119명의 참가자 중 남성이 36명(30.3%), 여성이 83명(69.7%)이었으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71세(SD=8.39, Min=60, Max=92)로 확인됐다. 월수입은 평균 96.21만 원이었고 (SD=94.86, Min=10, Max=500), 교육 수준은 초등학교 졸업이 42명(35.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고등학교 졸업(6명, 21.8%), 중학교 졸업(24명, 20.2%), 초등학교 중퇴(11명, 9.2%), 무학(9명, 7.6%), 대학교 졸업(7명, 5.9%) 순으로 나타났다. 동거인 특성은, 배우자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가 62명(52.1%), 혼자 살고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가 34명(28.6%), 배우자 및 자식과 함께 살고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가 13명(10.9%), 자식과 함께 살고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가 5명(4.2%)이었다. 가까운 주변인(가족, 친척, 친구 등) 중 자살 시도자가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15명(12.6%)이었고, 나머지는 없다고 응답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109명(91.6%)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으며, 한두 번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가 9명(7.6%), 가끔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가 1명(0.8%)으로 조사됐다. 참가자의 자살 리터러시 수준은 평균 5.19 (SD=1.43), 자살 낙인은 평균 3.85 (SD=0.93)로 확인됐다. 자살 위기대처 능력은 평균 3.62 (SD=0.98),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평균 3.55 (SD=0.68)로 나타났다.
2. 자살 낙인의 매개 효과
자살 리터러시와 자살 위기대처 능력의 관계에 관여하는 자살 낙인의 매개 효과를 검증했다. SPSS PROCESS macro를 이용한 매개모형의 분석을 위해 Hayes [27]가 제안한 Model 4를 이용했다. 독립변수로 자살 리터러시, 매개변수로 자살 낙인, 종속변수로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투입했다(Figure 2). 통제변수로는 삽화 유형, 우울 수준, 자살 생각, 자살 시도자 접촉 경험을 공통으로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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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변수와 매개변수의 관계를 살펴보는 첫 번째 경로(R=.25, F=6.76, p<.001)에서,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 낙인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B=-0.13, p=.046). 즉, 자살 리터러시가 높을수록 자살 시도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낙인이 낮아짐을 알 수 있다. 독립변수와 매개변수가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R=.11, F=2.18, p=.051),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자살 리터러시의 직접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B=0.07 p=.330). 한편, 자살 낙인이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B=-0.26, p=.015). 즉,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자살 낙인을 매개로 간접 효과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Index=-0.05, 95% CI=-.11~-.00).
3.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자살 낙인과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절 효과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자살 낙인과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절 효과를 확인했다. SPSS PROCESS macro를 이용한 조절효과의 분석을 위해 Hayes [27]가 제안한 Model 1을 이용했다. 독립변수로 자살 낙인, 조절변수로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 종속변수로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투입했다. 통제변수로는 삽화 유형, 우울 수준, 자살 생각, 자살 시도자 접촉 경험을 공통으로 투입했다(Figur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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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모델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이 검증되었으며(R=.16, F=2.83, p=.010), 자살 낙인과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상호작용항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B=0.33, p=.013). 조절 효과의 정확한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명등분석법인 Johnson-Neyman 방법을 사용해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유의성 영역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자살 낙인의 영향은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값이 -.30보다 높은 영역(62.73%)에서만 유의하였다. 구체적으로,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낮게 인지할 경우, 자살 낙인 인식에 따른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t=0.58, p=.561).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높게 인지하여, 우울과 같은 감정을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경우는 자살 낙인의 인식 수준에 따라 자살 위기대처 능력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t=3.65, p<.001).
4.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절된 매개 효과
최종 모델인 조절된 매개 효과에 대한 검증을 시행했다. SPSS PROCESS macro를 이용한 조절된 매개모형의 분석을 위해 Hayes [27]가 제안한 Model 14를 이용했다. 독립변수로 자살 리터러시, 매개변수로 자살 낙인, 조절변수로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 종속변수로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투입했다. 삽화 유형, 우울 수준, 자살 생각, 자살 시도자 접촉 경험을 통제변수로 투입했다(Figur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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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델에 관한 분석 결과는 Table 1에 제시했다. 먼저 모형 1을 살펴보면(R=.25, F=6.70, p<.001),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됐다(B=-0.13, p=.047). 모형 2에서(R=.17, F=2.53, p=.015), 매개변수인 자살 낙인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B=-0.31, p=.006). 또한,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자살 낙인과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상호작용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B=0.37, p=.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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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모형을 살펴본 결과, 조절된 매개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검증되었다(Index=-0.04, 95% CI=-.11~-.00). 즉, 자살 리터러시 수준에 따른 자살 낙인 인식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만, 부정적 정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영향력을 조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직접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B=0.05, p=.433), 부정적 정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건적 직접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B=-0.10, p=.473).
조절 효과의 정확한 범위를 확인한 결과, 자살 낙인의 영향은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값이 -.26보다 높은 영역(62.39%)에서만 유의하였다. 조절 효과를 시각화한 Figure 5를 살펴보면,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낮게 인지할 경우, 자살 낙인 인식에 따른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t=0.50, p=.617). 하지만 부정적 정서 경험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높게 인지하여, 우울과 같은 감정을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경우는 자살 낙인의 인식 수준에 따라 자살 위기대처 능력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t=3.61, p=.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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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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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구[6, 7, 9, 10]들에 따르면, 개인의 지식수준인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한층 더 나아가 자살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이해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자살 예방 개입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자살 리터러시라는 인지적 요인과 함께 자살 낙인과 부정적 정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라는 문화 심리적 요인을 주목했으며, 각 요인이 자살 리터러시와 자살 위기대처 능력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탐구했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결과의 논의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개 농촌 지역 노인의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는데 있어 자살 리터러시의 간접 효과가 나타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반면, 자살 리터러시가 높을수록 자살 시도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낙인 인식이 낮아졌으며, 이러한 인식은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는 데 유의미하게 작용했다. 이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는 개인의 지식수준보다 문화 규범이라는 심리적 측면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해주는 결과이다. 이전 연구에서도[6], 자살 리터러시 수준이 높을지라도 자살 낙인으로 인해 주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식할지라도 적극적인 조언을 해주지 못할 수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즉, 전문가를 찾아가라는 조언을 적극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살 낙인이 낮아져야 하며, 이러한 낙인을 낮추는 데에 자살 리터러시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살 리터러시의 직접 효과가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난 이번 연구결과는 자살 리터러시의 직접 효과를 밝힌 기존 연구[6, 7, 9, 10]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이유는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전문가 상담 권유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일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28, 29],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본인은 물론 지인에게도 병원 방문이나 상담 권유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본 연구 역시 자살 위기개입의 적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살 낙인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다행히도,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 낙인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자살 예방은 물론 자살 낙인 개선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관련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후속연구에서는 자살 위기 대처 능력의 범위를 위기상황별 혹은 구체적인 대처 요인별로 구분해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각각의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요구되는지 논의해보는 작업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자살 낙인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 정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에 민감하며, 두 변수의 조절 효과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앞서 제시한 상호작용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살 낙인이 낮은 경우에는 부정적 정서와 관련한 문화 규범의 영향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적 정서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고, 자살 낙인 인식도 높은 참가자의 경우에는 자살 위기개입 시 전문가 상담을 권장할 가능성이 다른 참가자보다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전 연구에서 밝혔듯이[17],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준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할지라도 규범적 인식으로 인해 치료를 통한 개선보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압력이 습관적으로 앞섰기 때문일 수 있다. 반면, 부정적 정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높더라도 자살 낙인 인식이 낮은 경우에는, 자살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전문적 도움을 요청하라고 권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즉, 부정적 정서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문화 규범이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그 영향력은 자살 낙인 수준에 따라 상쇄될 수 있다.
위의 결과는 자살 낙인과 부정적 정서에 관한 문화 규범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낙인은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대상에게 부여되는 일종의 레이블링(labelling)으로, 여기에는 집단적 신념과 규범이 반영되어 있다[24].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정서 규범은 자살 낙인을 형성하는 데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An과 Lee [17]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 경험이 개인을 성장시킨다는 문화적 신념은 자살에 대한 책임성을 개인에게 지우며, 자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부적절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높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자살 낙인에서 두드러지는 편견 중 하나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시선이다[25]. 즉,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여 부담을 주는 것보다 스스로 이겨내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위급한 상황에도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낙인을 매개해 자살 위기 대처 능력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경로에 부정적 정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조절 효과가 작용한다는 최종 모델이 검증됐다. 즉, 높은 수준의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 낙인을 낮추고, 낮아진 자살 낙인은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망설임 없이 전문가에게 연결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살 리터러시로 인해 낮아진 자살 낙인은 부정적 정서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을지라도,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만은 전문가 상담을 받도록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 연구에서 보여준 것처럼[17], 자살의 원인과 위험신호 및 예방 · 치료법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와 관련된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 시도자를 향한 오해와 편견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해당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서 규범이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들을 토대로, 본 연구는 농촌 지역 노인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자살 리터러시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특히, 집단 규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문화 심리적 요인의 영향력을 낮추고,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는 데 있어 자살 리터러시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인 세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집단주의 문화성향과 공동체 의식이 강한 편이다. 이들의 문화적 규범과 신념을 당장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본 연구에서 밝혀진 대로 자살 리터러시를 통해 자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더욱이 노인을 대상으로 게이트키퍼 교육의 효과를 검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30], 교육에 참여한 이후 참가자들은 자살이 충분히 예방 가능하며, 동료의 자살 예방을 위해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효능감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지역주민들과의 유대와 연대를 중시하고, 상호 원조적인 관계망을 갖고 살아가는 농촌 지역 노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3], 이들의 자살 리터러시를 높이는 적극적인 교육적 중재는 일상에서 자주 대면하는 노인들끼리 서로의 게이트키퍼가 되어 줄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을 밝힌다. 첫째, 참가자가 농촌 지역 중 전라북도 김제시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전체 농촌 노인에 관한 특성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 우리나라 농촌 지역은 지역에 따라 자살률의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2]. 지역별 노인의 자살 리터러시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연구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국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유사 선행연구에 따르면, 교육 · 소득 수준 및 시 · 군 거주 지역에 따라 정신질환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한 이해력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31]. 이러한 점에 근거해 볼 때, 자살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참가자의 자살 리터러시 수준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노인의 자살 리터러시 수준과 자살 예방의 연관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사회 노인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자살 리터러시 척도 및 자살 낙인 척도 등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참가자들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조사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노인 · 청소년 · 중년남성 등 자살률이 유난히 높은 세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앞으로 일반인뿐만 아니라 대상별로 구분하여, 이들의 자살 리터러시, 자살 낙인 및 위기개입 능력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지속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향후 대상 특성을 고려한 지역사회 자살 예방 중재방안을 논의하는 데에도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이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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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일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살 리터러시 수준이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대했을 때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조사했다. 또한, 자살 낙인과 부정적 정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라는 문화 심리적 요인을 고려해, 자살 리터러시와 자살 위기대처 능력에 두 변수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결과는 자살 리터러시가 자살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지식임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자살 리터러시가 높을지라도 자살 낙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적극적인 자살 위기개입이 일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큼을 설명한다. 즉,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전문적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유하는 행동 실천에서는 자살 예방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자살 시도자를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대상으로 평가하지 않는 인식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본 연구는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보건 간호중재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개인 수준의 지식도 중요하지만, 문화 심리적 영향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함을 제언하고자 한다. 덧붙여,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수준의 노력뿐만 아니라, 동료 노인 간 서로의 정신건강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선 부정적 정서 표현을 억누르는 것이 아닌 일상적 감정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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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2020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0S1A5C2A03092919).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fund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NRF-2020S1A5C2A03092919).
이 논문은 2021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1S1A5A8068758).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fund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NRF-2021S1A5A8068758).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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