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ose
This study is aimed to identify the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for children with a mentally ill parent.
Methods
The 13 participants were school-aged children whose parents were registered at the D Regional Mental Health Welfare Center. Data were collected using one-on-one interview with illustration cards and analyzed by content analysis.
Results
The participants were living a difficult life in anxiety amid a reversal of parent-child role, such as doing housework and taking care of their parents. The study revealed a love-hate family relationship that the participants wanted parental recognition and attention but they were frustrated by insufficient parental care and sibling conflict. Nevertheless, they only had each other themselves to trust and rely on. Their mixed health awareness and negative emotions were influenced by parents. Some of participants were exposed to dangerous environment such as domestic violence, and they need support system for help in difficult situations. Sometimes they felt happy by satisfying physiological, social, and self-esteem needs. They also showed a positive potential that they were matured more than peers through the experience of overcoming difficulties.
Conclusion
Not only were there not enough attention and support for the children with mentally ill people, but they were also exposed to an environment that threatens their physical or mental health. Therefore, to improve their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there should be some integrated support of the community health system to cope with the challenges they face.
J Korean Acad Community Health Nurs. 2020 Sep;31(3):234-243. Korean. Published online Sep 30, 2020. https://doi.org/10.12799/jkachn.2020.31.3.234 | |
© 2020 Korean Academy of Community Health Nursing |
김은혜,1 임숙빈2 | |
1정신재활시설 다원공동체 원장 | |
2을지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 |
Eunhye Kim,1 and Sookbin Im2 | |
1Director, Dawongongdongche, Daejeon, Korea. | |
2Professor, College of Nursing, Eulji University, Daejeon, Korea. | |
Corresponding author: Im, Sookbin. College of Nursing, Eulji University, 77 Gyeryong-ro, 771 Beon-gil, Jung-gu, Daejeon 34824, Korea. Tel: +82-42-259-1711, Fax: +82-42-259-1709, Email: imsb@eulji.ac.kr | |
Received May 12, 2020; Revised July 11, 2020; Accepted July 15, 2020. |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 | |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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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ose
This study is aimed to identify the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for children with a mentally ill parent.
Methods
The 13 participants were school-aged children whose parents were registered at the D Regional Mental Health Welfare Center. Data were collected using one-on-one interview with illustration cards and analyzed by content analysis.
Results
The participants were living a difficult life in anxiety amid a reversal of parent-child role, such as doing housework and taking care of their parents. The study revealed a love-hate family relationship that the participants wanted parental recognition and attention but they were frustrated by insufficient parental care and sibling conflict. Nevertheless, they only had each other themselves to trust and rely on. Their mixed health awareness and negative emotions were influenced by parents. Some of participants were exposed to dangerous environment such as domestic violence, and they need support system for help in difficult situations. Sometimes they felt happy by satisfying physiological, social, and self-esteem needs. They also showed a positive potential that they were matured more than peers through the experience of overcoming difficulties.
Conclusion
Not only were there not enough attention and support for the children with mentally ill people, but they were also exposed to an environment that threatens their physical or mental health. Therefore, to improve their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there should be some integrated support of the community health system to cope with the challenges they face. |
Keywords:
Quality of life; Child; Mentally ill persons
삶의 질; 아동; 정신질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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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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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의 필요성
기술의 발달과 생산성 향상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소외되고 사람들의 관심권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가나 지역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회적 약자 중에는 정신장애인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의 자녀들은 한층 더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정신질환자는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그 자녀들은 보건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질환자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복지 차원의 관심을 받기에 양적으로 적은 수이고, 또한 자녀들은 환자가 아니므로 보건의료 차원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부모의 정신질환은 상당수의 아동이나 청소년의 삶의 질에 도전이 될 수 있으므로 이들 삶의 개선은 공공보건의 문제이다[1].
일찍이 O'brien 등[2]도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였는데, 급성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가 정신건강서비스 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동안에 부모를 면회하러 온 자녀들에 대해서조차 그 기관의 직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파악해야 할지 가이드라인도 분명하지 않다고 하였다. 즉, 대부분의 정신건강서비스가 정신질환자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경우의 아동들은 저소득층이나 한 부모 가정 등에 속해 부분적으로 관심을 받지만 이들이 겪고 있는 독특하고 복합적인 문제에 꼭 필요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정신질환자의 자녀들은 아동기에 폭력, 가족해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학습 기회도 부족하여 인격발달에도 문제를 가진다[3]. 또한 이들은 불안, 우울, 외로움, 분노, 신체적 · 성적 학대를 경험하며[4], 부모를 대신해 집안 일을 하고 부모의 보호자 역할을 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지지자원 없이 부모를 돌본다고 하였다[5]. 그리고 외부와 사회문화적 장벽을 가진 경우가 많다 보니 자녀들은 정신질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으며, 이것이 자녀들의 혼란과 두려움의 원인이 된다[6]. 또한 정신질환자 자녀들은 부모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웠고 이와 같은 불안정성은 다른 대인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7], 이후 자녀들에게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였다[8].
물론 부모의 질병에 대처하는 동안 또래보다 더 빨리 성숙해지고 여러 능력을 습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9] 이를 강화할 필요도 있지만, 우선되어야 할 점은 이들의 건강 손상을 예방하는 지원이다. 아동권리헌장에도 나오듯이 아동은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하며,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고, 해로운 사회환경이나 위험에서 보호되어야 하며, 스스로를 이기고 책임을 다하는 민주 시민으로 자라야 한다[10].
그러므로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의 소극적 건강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의미가 반영된다고 볼 수 있는 삶의 질[11]이라는 개념으로 잠재적 성장 요소까지 포함하여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건강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동의 삶의 질은 아동의 가치 수용, 부모의 관심과 사랑, 가족의 상호작용, 또래관계, 안전한 환경, 학업 성취, 취미활동, 경제적 안정, 권리 인정, 신체적 정신적 건강 등을 포함하며 직접 경험한 체험이나 느낌으로 측정될 수 있다[12]. 삶의 질은 질적 혹은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데, 정신질환자 자녀들이 그들의 체험이나 느낌을 자신들의 언어로 표현하고 이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질적연구방법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연구로는 이들의 삶의 질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포커스그룹연구[1]가 있을 뿐이었고 경험과 관련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경험을 질적으로 분석한 국내 연구로 정신질환자를 아버지로 둔 사춘기 자녀 3명에 대한 Park [13]의 연구와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성인 자녀들의 성장경험을 현상학적으로 분석한 Hwang [3]의 연구가 있었다. 이 연구결과를 통해 볼 때 정신질환자 자녀들은 어린 시절에 생존의 위협을 겪고 부모질환과 가난으로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리며,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불안정한 정서와 부정적 자아개념이 생기고, 중고등학교 때는 부모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등 힘들었다고 하였다[3, 13]. 그러므로 건강증진이나 질병예방 차원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전향적 관점에서 정신질환자들의 자녀, 특히 학령기에 있는 자녀들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학령기 아동의 건강관련 삶의 질을 파악함으로써 이들의 독특한 요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건강관련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방안의 기초자료로 삼고자 하였다.
2. 연구목적
이 연구의 목적은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학령기 아동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연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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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설계
이 연구는 1:1 면담을 통해 정신질환자 자녀의 건강관련 삶의 질을 파악하려는 질적연구이다.
2. 연구대상
연구참여자는 D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모집하였는데 이 센터에 등록된 회원의 자녀로 연구참여에 동의한 초등학교 3~5학년생 13명이었다. 참여자의 연령은 평균 10.92세(10~12세)로 성별은 여아 6명, 남아 7명이었다. 동거 가족에 있어 양쪽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3명이었고 나머지 10명은 한부모 가정의 아동이었다. 참여자들과 함께 사는 형제자매가 1명인 참여자는 6명, 형제자매가 3명인 참여자는 4명, 외동인 참여자는 2명이었다. 부모의 질환은 양극성 및 관련 장애 5명, 우울장애 4명, 조현병 스펙트럼 및 기타 정신병적 장애 2명, 알코올사용장애 1명, 알코올사용장애와 우울장애를 함께 진단받은 경우가 1명이었다.
3. 자료수집
자료는 2018년 7월부터 9월 사이에 그림카드를 이용한 1:1 면담을 통해 연구자에 의해 수집되었다. 면담은 개방형 질문으로 진행하였으며 참여자에 따라 1~4회 반복 실시하였다. 면담에 소요된 시간은 1회 평균 약 25분이었으며, 면담 내용을 녹음하였고 면담 후 바로 연구자가 필사를 하였다. 면담 시작 전 참여자에게 익명성과 비밀보장에 대해 약속하고 면담 내용은 녹음되고 필사될 것임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다. 수집된 자료는 연구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며 연구 종료 후 자료는 파기할 것임을 설명하였다. 면담장소는 참여자의 집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실로 면담에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었다. 면담을 마친 후에는 연구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참여자에게 소정의 답례품을 제공하였다.
질문 영역은 KIDSCREEN [14]의 아동의 건강관련 삶의 질 측정(Health related quality-of-life measure for children and adolescents) 10개 범주와 Chang과 Oh [12]가 질적연구를 통해 도출한 아동의 삶의 질 속성 11개를 참고로 종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건강, 부모의 관심과 사랑, 가족의 상호작용, 안전, 또래관계, 학교생활, 자기개념, 지지체계와 관련된 아동의 생각, 경험, 느낌을 표현하도록 하였다. 주요 질문은 “건강상태는 어떻지요? 어떨 때 건강하다고 느끼나요?”, “언제 즐겁고 행복한가요? 어떤 경우에 속상하거나 슬퍼요?”, “부모님과 어떻게 지내나요? 형제들과 어떻게 지내나요?”, “어떤 경우에 힘들어요? 가족 이외에 누가 도와주나요?”, “누구에게 맞은 적이 있나요?”, “학교생활은 어떻지요?”,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나요?”, “00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이었다. 면담은 계획한 주요 질문으로 시작하고, 추가 질문은 대상자의 응답이나 반응에 따라 진행하였다. 면담 시 아동의 표현을 촉진하기 위해 와이 스토리에서 개발한 이야기 톡 그림카드를 사용하였는데 카드의 그림은 일상적인 경험이나 감정을 떠오르게 하는 인물, 사건, 사물, 상황 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동에게 40장의 카드를 제시하고 자기의 경험이나 느낌 혹은 생각을 나타내는 카드를 고르도록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4.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의 분석은 Elo와 Kyngäs [15]의 내용분석(content analysis) 방법을 이용하였다. 내용분석방법은 대상자에 대한 지식이나 통찰력을 얻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데 사실을 잘 나타내고 실질적인 행동지침을 준다는 점에서 본 연구자료를 분석하기에 적합하다고 보았다.
준비단계에서 자료를 여러 번 읽고 몰입과정을 통해 내용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조직화와 분석단계를 거치는 동안 전반적인 이해와 의미 있는 진술의 속성을 나타내는 세부 주제에 따라 개방형 코딩을 하였다. 이후 코딩목록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의미가 유사한 내용을 묶어 범주화 하였다. 각각의 범주는 그 의미 수준에 따라 상위 범주로 추상화되었으며 이를 잘 나타내는 내러티브를 기술함으로써 참여자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이상의 분석 과정에서 코딩한 자료를 범주화 및 추상화를 하는 전 과정을 2명의 연구자가 함께 하였다.
5. 윤리적 고려
연구를 시작하기 전 을지대학교의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IRB No. EU17-58) 받았다. 그리고 참여자 아동과 부모에게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및 절차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연구참여 서면동의서를 받았다. 또한 참여자가 원하면 언제든 연구참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수립된 자료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암호 처리하였는데 녹음 파일과 필사된 파일의 이름은 참여자, participant의 첫 글자 ‘P’에 숫자를 붙여 P01~P13으로 정리하였다.
6. 연구의 타당성 확보
자료의 타당도와 신뢰도는 Guba와 Lincoln 의 엄격성 평가 기준에 맞추어 검토하였다[16]. 첫째, 사실적 가치(truth value)를 높이기 위해 연구자가 파악한 내용이 참여자의 생각이나 진술과 맞는지 반복하여 질문하였고, 코딩 과정에서도 가능한 참여자의 언어를 적용하려고 노력하였다. 둘째, 적용가능성(applicability)을 높이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아동 프로그램에 보조자로 주 1회씩 12주 참여자를 만나 관계를 형성하였고, 자료수집 시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면담을 계속하였다. 셋째, 중립성(neutrality)을 확보하기 위해 자료수집과 분석 절차에서 최대한 연구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면담 자료가 품고 있는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모호한 진술은 참여자에게 반복 확인하여 참여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였다. 넷째, 일관성(consistency)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자와 참여자의 생활에 큰 변화가 없고,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피로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은 일상적인 상태에서 면담하였다. 그리고 질적연구 경험이 있는 지도교수에게 연구방법과 결과를 점검 받으면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자는 정신과 병동에서 6년간 근무하며 관계형성과 정신심리적 상태 및 행동 관찰, 그리고 면담 등의 업무를 주로 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질적연구 수행능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방법에 관한 지식을 얻으려 노력하였으며, 대학원에서 질적연구방법론을 이수하였다. 그리고 한국 스토리 코치 협회에서 ‘스토리텔링 상담 및 코칭 기법과정’을 수료하여 그림카드를 이용해 면담하는 방법을 익혔다. 또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D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아동 프로그램에 보조자로 참여함으로써 아동과 상호작용하고 행동을 관찰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연구참여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자료수집을 비롯해 질적연구과정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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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한 자료에서 의미 있는 진술의 속성을 나타내는 세부 주제에 따라 코딩을 한 결과 총 47개의 코딩 목록이 도출되었고 이를 18개 범주로 묶은 뒤 8개의 상위 범주로 추상화를 하였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혼재된 건강 인식
1) 긍정적 건강 인식
본 연구의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자신이 활기차고 건강하다고 인식하였다. 잘 놀고 운동도 잘 하고 감기도 걸리지 않는다면서 주로 신체적인 건강을 이야기하였다.
건강은 100프로! 활발하고, 다쳐도 계속 놀고 그래.(P13)
건강한 것 같아요. 감기도 안 걸리고 운동을 잘하고 달리기는 느린데 오래 뛸 수 있어요(P02), 좋은 것 같아요, 눈 검사했는데 우리 집에서 제일 좋대요.(P11)
2) 자기방어적 건강 인식
일부 참여자는 건강이 나쁘다고 표현하였는데, 아동 자신이 실제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느끼기보다 부모가 자기에게 약하다고 한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잔소리를 피하려고 그대로 인정해버리는 방어적 양상을 보였다. 특히 부모의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한 경우 부모를 걱정하며 죽음까지 생각하는 심한 우울감을 드러냈다.
나쁜 거 같아요... 건강하지 않은데 건강한 척하는 거예요. 강해지고 싶은데 엄마가... 약하대요. 그 말을 인정한거죠. 그래야 엄마도 잔소리 같은 거 안하고... 엄마가 전 큰 충격 때문에 불안정하다고 말해요. 슬픔이란 게 없었으면 좋겠어요, 한번 죽어보고 싶고... 죽으면 어디로 갈까? 죽고 싶은 생각이 많죠. 죽으면 그냥 편안하게 살 수 있잖아요. 미래는 없어.(P08)
2. 부모-자녀 역할의 역전
1) 부모의 관심에 대한 갈망
참여자들은 부모가 필요할 때만 자기를 찾고 자신이 부모를 필요로 할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절실히 원했고, 야단이나 잔소리라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엄마는 벌레가 나왔을 때만 저한테 말해요. 친한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벌레 나오면 잡아주는 용도로 쓰는 것 같아요.(P05), 밥 먹던지 말던지 신경 안 쓰는 엄마, 뭔가 엄청 다른 애들 엄마 같지 않고 내 학교 사정에는 신경을 안써요. 엄마 아빠한테 잔소리 듣는 게 좋아요. 다른 애들하고 똑같게. 숙제 안 하면 혼내고, 학교 갔다 오면 알림장 확인해주고, 주말에는 놀러도 가주고, 그러는 거 말이에요.(P10), 엄마는 싫어! 술 먹고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P03)
2) 집안 일에 대한 부담
참여자들은 보살핌을 받아야 할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픈 부모를 돌보고 부모를 대신해 집안 일을 하며 이에 큰 부담을 느꼈다.
유치원 끝나고 00병원으로 오라고 해서, 엄마 오줌 싸는 것(소변기) 대주고 엄마가 밥 먹던 거 좀 남은 것 먹고 그랬어요. 그때는 빨리 퇴원했죠. 제가 많이 돌보고 그래서... 엄만 맨날 아프다 해서, 우리한테 맨날 시켜... 빨래를 저한테 자꾸 시켜요.(P01), 엄마가 아플 때 제가 두 번인가 세 번이나 119에 신고했어요.(P03), 힘든 게 있으면 저한테 도와달라고 해요. 저한테만 일 시키고 빨래를 해라, 빨래 개라 이래요. 00이는 안 시키고 나만 부려먹어.(P06)
3. 애증의 가족관계
1) 부모의 증상으로 인한 혼란스러움
참여자들은 부모의 정신과적 문제나 증상으로 인해 혼란스럽고 양가감정을 드러냈다. 부모가 더 아프거나 죽을까 봐 불안하고, 학교에서도 부모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도 한편 부모와 의사소통이 불충분하고 원활하지 못한 것에 불만을 드러내며 대화를 원했다.
엄마가 기억이 반띵이 나갔어요. 엄마가 특이한 말을 해서 미스테리예요. ‘마트 가자’ 이래야 되는 데, 저쪽, 뒤쪽, 뒷산 가자고 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물건이 많아서 사물함에 다 넣지 못하는 것같이 엄마도 저장하지를 못하니까 많이 복잡하신 것 같아요.(P08), 엄마의 마음은 두개! 한 가지 얼굴은 자상한 얼굴, 한 가지는 엄청 잔소리 대마왕. 학교 옆에 불이 크게 났었는데 연기가 집 방향으로 날아가는 거예요. 엄마가 집에서 자고 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연기 마시면 질식사 하잖아요. 집에 연기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나... 울고불고...(P10), 엄마가 힘들고 외로운 것 같아요. 그리고 부글부글 타오르는 것. 짜증나요 엄마를 감옥에 가두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정신이 없어요 엄마가...(P09), 엄마가 아프니까 죽으면 어떻게 하나... 더 아파 가지고 쓰러지면 어떻게 하나. 목욕탕에서 쓰러지셨어요. 엄마가 어떻게 되는 건가... 엄마는 이야기를 많이 안 해요. 갑자기 아파 가지고 말 더 안 할까 봐 불안해요.(P06)
2) 형제간 갈등
참여자와 형제 사이에 말다툼이나 신체적 다툼이 많았는데 부모의 관여 부족으로 인해 다툼이 방치되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형제나 자매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다.
언니랑 전생에 원수였나 봐요. 24시간 내내 전쟁터. 쉼터에 있을 때 언니한테 싸대기도 맞았어요. 언니가 때린 걸 말하긴 했는데 엄마랑 아빠는 신경을 안 써요. 한번 난 상처는 고칠 수가 없다고 하잖아요. 잘 놀아주고 욕도 하지 않고 때리는 거 하지 않고 동생 좋아하고 많이 놀러 가주는 언니. 그냥 언니 말고 착한 언니가 있었으면...(P10), 누나가 먼저 시비 걸었으면서 저를 때려요. 등에 피가 났어요. 막 할퀴었거든요. 딴 누나로 바꾸었으면 좋겠어요, 새 누나. 착한 누나.(P05), 나를 화나게 하는 거는 형아가 때리는 거. 화풀이하는 것 같아요.(P11)
3) 가족에 대한 소망
참여자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였다. 질병을 가진 부모이지만 소중하고, 믿고 의지할 것은 가족뿐이라고 하였다.
소중해요. 좋은 건 엄마랑 놀러 가고, 언니랑 같이 놀고, 같이 TV보고.(P01), 엄마가 힘들지만 저에게는 좋은 사람인 것 같고.(P08), 가장 좋은 것은 가족하고 함께 있을 때, 엄마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어요. 엄마 자신에 대한 거.(P06), 캠핑을 가면 좋겠어요. 아빠랑 둘이, 비행기는 엄마랑 다 같이.(P13)
4. 위협받는 안전
1) 폭력에의 노출
참여자 중에는 부모나 형제에게 이유도 모르는 채 매를 맞기도 하고, 아버지의 폭력으로 가족 모두 도피했던 경험을 털어 놓았다. 이로 인해 참여자들은 무섭고 억울하다고 하였다.
아빠가 때려서 힘들었어요! 저는 조금 밖에 안 때렸는데, 오빠가 안 잔다고 자꾸 때리고, 아빠 회사 가는 날에 (식구들이) 몰래 짐 싸가지고 나왔어요.(P01), 많이 때렸어요. 말 안들을 때, 막대기 몽둥이로 엉덩이, 무릎, 다리... 8시 지나면 혼 나는 거에요, 이유는 몰라요.(P11), 아무 죄도 없는데 때려요. 오빠가.(P08), 거의 하루에 한 번씩은 맞아요. 언니가 밀쳐 가지고 팔이 부러진 적도. 초능력자가 되어가지고 언니를 하늘높이 날려버리고 싶어요.(P10)
2) 방임적 양육환경
참여자들에게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부모가 참여자가 먹을 음식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거나 말을 걸어도 제대로 반응해주지 않고 혹은 밤에 참여자만 집에 있게 하는 등 어려웠던 일상의 경험을 털어놓는 경우가 있었다.
냉장고에 있는 썩은 물을 먹어 가지고 학교에서 엄청 아팠어요. 엄마는 핸드폰만 하고 말을 걸어도 쫌 듣는 정도로요. ‘네’라고 하세요. 안 할 때도 있어요.(P05), 밥 먹던지 말던지 신경 안 쓰는 엄마, 다른 애들 엄마 같지 않고 내 학교 사정에는 신경을 안 써요.(P10), 엄마가 밤에 안나가시면 좋겠어요. 아침에 오세요.(P06)
5. 갈급한 지지체계
1) 고립된 가족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스스로 해결했다고 하고, 친구나 친척의 도움을 받았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못했다.
(도와주는 사람?) 없어요.(P01, P05, P09, P10), 혼자서 해결하는데.(P07), 국가번호 이런 것 밖에 없어요.(P10), 친구요!.(P01, P02, P06, P11), 할머니, 이모...(P06)
2) 도움에 대한 기대
참여자들은 일상에서 도움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학교 교사가 공부도 도와주고 준비물 등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힘들 때 이야기하라고 했다면서 좋아하였다.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의 교사를 언급하였다.
선생님은 착해요. 많이 도와주고, 모르는 문제를 알려주세요, 필요한 거 줄 때도 있고, 준비물 줄 때도 있고.(P02), 선생님이 학기 첫날, 힘든 일 얘기하라고 했을 때 너무 좋았어요.(P10), 선생님, 그리고 센터 원장선생님.(P11)
6. 또래관계의 양극화
1) 따돌림
참여자 중에는 따돌림을 경험한 경우가 많았는데, 또래와 어울리지만 가족이 아닌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을 드러내 따돌림으로 인한 상처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음을 보였다.
친구 별로 없어요. 안 좋은 것 같아요. 욕도 하고 말로 싸우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물 마시러 나가는 게 좋아요.(P05), 애들이 놀렸을 때 똑같이 때렸어요. 그래 가지고 전학을 온 거에요.(P13),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은따도 당하고 왕따도 당하고...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아무도 없는 것 같았어요. 쉼터나 그런 거 생각하면 엄청 떨려요. 요즘엔 여자애들 하고 놀고 있는데, 왕따 생각하면 놀기 싫어요. 친구와 지내지만 가족이 아닌 이상 믿을 수는 없어요. 55%는 믿겠는데 45%는 못 믿어요.(P10)
2) 깊은 우정
일부 참여자는 친구가 분신 같고 선물 같이 소중한 존재라고 하며 또래관계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음을 보였다.
분신? 선물! 친구들은 선물이에요. 나를 즐겁게 해주고, 항상 옆에 있어줘요. 친구들은 저의 고민을 들어줘요.(P06), 진짜 좋은 것 같아, 단짝도 하고 뭐든지 같이해.(P12), 다 친해요! 소중해요. 친구가 13명이요 아, 아니요 14명이요.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요.(P03), 친구랑 신이 나요. 두0이, 동0, 별0, 제0이 그리고 지0이 또...(P11)
7. 욕구충족의 행복감
1) 생리적 만족
참여자들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가 가장 즐겁다며 아이다운 모습을 보였다.
가장 기쁠 때는 맛있는 것 먹을 때, 치킨 먹고, 쿠키 먹고, 감자튀김,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 좋겠어요.(P03, P06), 엄마가 맛있는 밥을 주시면 즐거워요.(P13)
2) 사회적 만족
참여자들은 친구들과 뛰어 놀고 카카오톡이나 유튜브를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을 웃게 해주고,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체육시간에 노는 거나 밖에서 뛰어 노는 거요. 친구들이랑 노는 거면 다 좋아요.(P13), 카톡하고, 유투버. 그거 찍는 친구들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엄청 재미있게, 웃기게 할 수도 있고, 무섭게 만들 때도 있고, 아주 다양하게 만들어줘요 제 모습을, 유튜브 실시간은 소통을 직접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P10)
3) 자존적 만족
참여자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즐겁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하였다. 특히 무엇인가 배우는 시간에 자기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였다.
밴드에서 기타 치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가 좋아요. 저만의 시간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하잖아요.(P09), 피아노 대회에서 1등하고, 한번은 2등... 기분이 좋았어요.(P02), 발레를 배운 적이 있어요 너무 즐거웠어요.(P12), 스트레스 받으면 팽이로 다 풀어요.(P05)
8. 위기를 통한 성장
1) 자기개념의 양분화
참여자 대부분은 운동이나 그림 등 자신의 성취를 통해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부정적인 자기개념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질환을 가진 부모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했고 부모의 말을 안 들어서 나쁘다고 하며 미래의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표현하였다.
나는 성격이 괜찮아요. 부지런해요. 튼튼한 것 같아요. 피구를 잘 해요.(P02), 농구 잘하는 아이, 그림 잘 그리는 아이, 착한 아이, 엄마가 보는 나는 효녀요! 선물이요.(P06), 착한 아이는 심부름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반찬 나르는 것, 쓰레기도 버리고.(P11)
엄마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요. 여기 이만큼 있다가(허공에 손을 올림) 이만큼 아래로(바닥까지 손을 내림)떨어져요. 따운 따운따운... 아빠가 젤 위, 그 다음은 엄마, 언니, 그 밑에 밑에 꼴찌는 저.(P10), 븅신이요. 자신을 원망하잖아요. 왜냐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불안정하니까.(P08), 잘 싸우는 사람, 엄마가 볼 때 짜증나겠죠. 좀 말을 안 들었어요.(P05), 연약한 사람, 커서 나는 못생겼을 꺼... 약하고 삐질삐질 말랐을 것 같애.(P03), 나쁜 아이는 말을 안 듣는 거.(P11)
2) 자기개념의 긍정적 변화
일부 참여자들은 어려움에 대처하며 살아온 경험을 통해 또래보다 더 성숙해지는 자기를 느끼며 일상생활에서 좀 더 웃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자기를 되뇌고 있었다.
저 혼자 다 할 수 있어요. 엄마가 아플 때도 두 번인가 세번이나 119에 신고했어요.(P03), 친구가 애기 같아요. 애들이 너무 철이 없어요.(P01), 학교에서 일부러 잘 웃어요, 재미있는 아이.(P09), 난 행복한 아이, 즐거운 것 같아요.(P11)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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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건강하다고 인식했으나 일부는 건강이 나쁘다고 하였다. An과 Kim [17]의 건강 상태에 대한 아동의 주관적 인식 조사에서도 대상자의 94.3%가 건강하다고, 5.7%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유사한 결과를 보고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눈여겨볼 점은 건강에 대한 아동의 인식에 질병을 가진 부모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즉 아동은 부모의 생각이 자기 생각과 다르고, 자기는 건강하다고 느끼면서도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부모의 말을 그대로 인정해버리는 자기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정신건강상태가 심각한 어머니를 둔 참여자는 깊은 좌절감과 우울감을 표현하며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하였는데, Lombardo와 Motta [18]도 부모의 정신질환이 이차적인 외상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자녀들의 우울이나 불안과 연결된다는 유사점을 보고하였다. 국내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도 주양육자의 우울이 아동의 스트레스 인지나 자살생각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고 하였다[19].
또한 참여자의 형제 중에도 정신적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 정신질환자 자녀들에게 정신적 문제가 생길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배나 높다고 한 Bifulco 등[20]의 연구보고와 유사하였다. 이런 점에서 보건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 자녀들이 환자는 아니지만 정신건강증진이나 질병예방 차원에서 이들 가족의 건강잠재력을 강화하는 중재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참여자들은 부모가 필요할 때만 자기를 찾는다면서 좌절감을 표현하였는데, Van Loon 등[21]도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이 그렇지 않은 부모-자녀 상호작용에 비해 현저히 나쁘다고 본 연구와 유사한 점을 보고하였다. 그런데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부모와 상호작용에 대해 속상하면서도, 잔소리라도 듣고 싶을 만큼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였다. 그러므로 가족의 상호작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부모와 자녀에게 각각, 혹은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중재를 모색해야 하겠다.
참여자들은 아픈 부모를 돌보고 집안 일을 대신해야 하는 부담을 힘들어하였다. Foster [7]도 정신질환자 자녀들에게 부모를 돌보는 일은 결코 멈추지 않는 롤러코스터 같이 어렵다고 보고하였다. 이 상황은 부모-자녀 역할이 역전되었음을 보여주는 상황인데, 어린 학령기 아동에게는 매우 커다란 부담이며 스트레스원이다. 또한 참여자들은 부모의 잦은 분노 표출과 급격한 감정 변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등으로 혼란스럽다고 하여, 성인자녀들이 정신질환자 부모와 동거했을 때 혼란스러움을 경험했다고 보고한 Foster [7]의 연구와 같았다. 더욱이 참여자들은 부모가 더 아프거나 죽을까 봐 불안하고 학교에 있을 때도 부모 걱정을 한다고 함으로써 Knutsson-Medin 등[22]의 연구와도 유사함을 보였다. 이런 부적 정서는 자녀들의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며 학업능력의 결핍으로 이어져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
참여자들 중에는 부모에게 매를 맞거나 방임적 환경에 노출된 경험을 드러내기도 하였는데, Aldridge [23]도 정신질환자 자녀에게 학대와 방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손위형제에게 맞기도 하고 형제간 다툼도 많았는데 부모가 적절히 관여해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로 인해 마음의 상처로 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아동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야 할 가족체계의 기능 손상이라는 점에서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처럼 때로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부모의 불충분한 관심 속에 집안 일 부담까지 가지면서도 참여자들은 가족이 가장 소중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 Somers [24] 역시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경험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도출한 바 있다. 이 점은 보건의료체계나 복지영역에서 이들을 지원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역기능적 가족이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구성원을 분리시켜 돕기보다는 가능한 가족을 분리하지 않으면서 통합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겠다.
한편 참여자의 가정 대부분이 한부모 가정이어서 Ranning 등[25]의 보고와 유사하였다. 한부모 가정은 저소득 계층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자녀양육의 스트레스가 높고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게다가 한부모 가정의 부모가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고 복합적이다. Somers [24]도 부모가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 외부와 단절되어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경우가 많고, 지지체계의 부족은 자녀들의 걱정과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고 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서 그 동안 혼자 해결해온 경험을 표현하였다. 이런 점에서 정신질환자 자녀들에게 지역사회 차원의 지지가 절실하다. 참여자들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의 교사를 언급하였다. Kim 등[26]도 아동의 삶의 질에 부모 다음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교사와의 관계라고 하였다. 또한 아동의 건강결정요인에는 공동체의 지지가 중요하므로 학교생활이나 방과 후 시간에 아동을 접할 수 있는 교사들을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지지체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친구와 어울려 노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하며 친구를 자기의 분신이자 선물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참여자 중에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하여 또래관계의 양극화를 나타냄으로써 부모의 정신질환이 자녀의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1]. 그러나 가정에서 대인관계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참여자들이기에 좋은 또래관계를 통해 대인관계적 요구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아동들이 또래관계를 보다 잘 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 증진 중재 등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의 행복한 경험은 다양했는데 맛있는 것 먹기와 같은 생리적 만족, 또래나 외부와 소통하는 사회적 만족, 활동에 몰두함으로써 존재감을 재확인하는 자존적 만족을 포함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친구와 놀거나 스마트폰 게임, Social Networking Service (SNS)를 즐겼는데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였다. 이는 일반적인 아동들과 다를바 없는 사항으로 볼 수도 있으나 가정 내에서 만족하지 못한 욕구를 외부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해결하려는 대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유의할 점은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여건이므로 자칫 유해환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참여자 중에는 자신이 가족 내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며 부정적 자기 개념을 표현하여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자존감 저하를 보고한 Knutsson-Medin 등[22]의 연구결과와 유사함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는 운동이나 그림 그리기 등 성취를 통해 긍정적 자기개념을 가졌고, 새로운 학습을 하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좋다고 하였다. 따라서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하고 개별적인 중재로 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어야 하겠다.
희망적인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처하며 견뎌낸 참여자들이 또래보다 더 성숙해진 느낌이나 효능감을 갖는다는 점이다. 선행연구에서도 정신질환자 자녀들이 부모의 질병에 대처하면서 또래보다 더 성숙하고 독립적이며 여러 능력을 습득하고 공감도 잘 할 수 있다는 유사점을 보였다[6, 8]. 이처럼 부모의 질병이 아동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잘 극복한다면 역경을 이겨내는 내적 힘이 향상되므로 긍정적 성장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겠다. 다시 말해 사회적 관심을 받기에는 너무 적은 수이고 또한 환자가 아니어서 의료적 관심도 받기 어려운 정신질환자 자녀들이지만 보건전문가들이 이들의 요구를 확인하며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면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소외계층의 건강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
결론 및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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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학령기 아동의 건강관련 삶의 질을 파악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적합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기초자료를 얻고자 시도되었다.
참여자들은 질병을 가진 부모의 영향 속에 혼재된 건강인식을 보였으며 집안 일과 부모를 돌보는 부모-자녀 역할이 역전된 가운데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의 인정과 관심을 갈망하는 한편 충분치 않은 부모의 보살핌과 형제간 갈등에 좌절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만이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애증의 가족관계를 드러냈다. 참여자중에는 가정폭력이나 방임적 양육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회적 지지체계가 갈급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생리적, 사회적, 자존적 욕구 충족으로 행복감도 느끼고,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을 통해 또래보다 더 성숙해진 자기를 발견하는 건강한 잠재력도 가졌다. 그러므로 이러한 강점을 강화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시기적절한 도움을 준다면 이들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학령기 아동들은 나름의 잠재력을 가졌지만 성장발달에 필요한 관심과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안전이나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건강관련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이 직면한 많은 도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건강체계의 관심과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은 필요 시 도움을 요청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건관리체계의 확립, 사회적 지지를 위해 학교나 지역사회아동센터 교사들의 자원화 교육,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건강 지원까지 포함하는 정책 수립, 그리고 자녀들의 내적 힘인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지역사회 프로그램의 개발과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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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제1저자 김은혜의 석사학위논문을 수정하여 작성한 것임.
This article is article is a revision of the first author's master's thesis from University.
이 성과는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o. 2017R1D1A3B03036113).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 grant fund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2017R1D1A3B03036113).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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